독일로 가는 비행은 꼬박 3편의 영화와 창밖으로 펼쳐진 하늘과의 대화속에 11시간의 긴 날개짓이다.
푸른하늘만 있다면 벌써 지루함으로 딴짓을 했으리라.
구름이 서성이고 노을이 채색을 하고 달과 햇살이 그려 놓은 붓끝의 희롱에 무한정 하늘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나보다.
시베리아 상공을 지나며 몽고의 왕 징기스칸이 떠오른다.
그가 사냥을 갔다가 홀로 궁으로 가던 길에 목이 말라 샘을 찾았다.
두리번거리다 머리위 바위틈에서 맑은 물이 떨어졌다.
그 물을 받아 마시려는데 왕이 아끼던 매가 날아와 어렵게 받은 물잔을 엎질렀다. 다시 물을 채워 마시려 하자 매가 또 엎질렀다.
화가 났지만 꾹 참고 다시 물을 받아 마시려 할 때 또 다시 매가 날아와 물을 엎지르고 말았다.
버럭 화가 난 징기스칸은 칼로 매를 죽여 버렸다.
물잔까지 낭떠러지로 잃어버린 왕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바위위로 올랐다.
고여있는 물을 마시려 물속을 들여다 보니 큰 독사가 죽어 있었다.
갈증을 참고 다시 내려온 왕은 죽은 매를 어루만지며 오늘 이순간 이후 나는 앞으로 절대 어떤 경우에도 홧김에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했다는 내용이다.
요즘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갑과 을의 차별적 행위로 을의 분노와 아픔이 들춰지고 있다.
환경분야에서도 을의 한계는 그 접전을 넘기고 있다.
산하기관은 환경부의 영원한 을이고 환경부는 국토부와 지경부의 을이며 이들 부처는 국회의 을이지만 국회와 정치권은 국민을 갑으로 여기지 않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윗물이 이 정도이니 산하기관은 기업들을 을도 아닌 종보다 못한 확실한 상하관계로 하인처럼 부린다.
이래서 기업들은 조합이나 협회를 구성하여 스스로 권리를 보호받으려 발버둥치지만 조합과 협회 조직이 또다시 갑이 되어 조합원사들중 말 잘듣는 순종파들만 걸러내어 불평등한 행정을 일삼는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사업을 영위하려면 입닫고 눈감고 고개 숙여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한국적 기업정신을 터득한다.
툭툭 튀겼다가는 장관상은 커녕 정보의 차단과 짠 국물도 없이 조합비만 내야한다.
이번 독일 여행은 수차례 다녀 왔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두루두루 살펴보고자 마음의 갈피를 잡았다.
이미 독일에 대한 개관적이고 총체적인 지식이 있다지만 이들의 움직임에서 환경적 측면과 실제적 행위와 방향을 그려보고 살펴보고자 떠나는 여행이다.
비록 비좁은 시간속에서 환경현장을 둘러봐야 하지만 식당과 지나는 차창밖으로 혹은 호텔과 거리에서 충실히 눈과 귀를 열고 살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