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TRI에서 KEI로
정회성 - 연구원 이름부터 짓기 어려웠습니다. 그 당시 법적 지위가 없어 환경부 예산을 받아오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프로젝트를 받아 정산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이에 연구원의 큰 바람 중 하나가 법적기구가 되는 것이었고, 「환경영향평가법」상에 연구원 이름이 명시되면 이 바람이 실현 가능하리라 판단해 이를 추진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NGO를 중심으로 제일 논란이 되었던 사안은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이었습니다. 공무원이 환경영향평가 검토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환경영향평가 검토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이에 우리가 환경영향평가 업무를 받아들여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시 이를 법에 명시하게 되었습니다.
이상은 - KETRI에서 환경영향평가서를 전문적으로 검토하기 전까지는 중앙환경자문위원회의 환경영향평가 분과위원회에서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였습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 분과위원회 위원들은 현업이 종사하는 비상근 위원들이었기 때문에 평가서 검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어 평가서 검토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환경경영평가법」을 개정하였고 KETRI가 전문검토기관이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3대 원장이었던 김종기 원장의 공이 절대적이었다고 봅니다. 김종기 원장께서는 재직 시 환경영향평가 검토 업무를 맡게 되고, 재정 여건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법상 보조금 기관인 KEI로 전환시켜 재정 상태를 안정시키는 등 큰 기여를 했으나 이런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것으로 압니다.
정회성 - 보고서 검토에 대한 보상이 상당히 적었습니다. 대학교수 등 외부 검토 인력의 경우 몇 백 페이지 분량의 평가서를 검토하지만 이에 대한 수당은 3~5만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회성 - ‘한국환경정책 · 평가연구원’이란 연구원 명칭에 대해 당시 환경부 자연정책국장이 연구원 명칭으로 부적합하다고 강하게 이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결국 영문은 KEI, 국문은 ‘한국환경정책 · 평가연구원’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국책연구워너 사상 연구원 명칭에 방점을 넣은 건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KEI는 환경부의 평가업무를 대행하면서 인원과 예산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대신 KEI 부원장은 환경부 출신 공무원을 선임하는 것으로 합의되어 이길섭 부원장이 초대 부원장으로 임명되셨습니다.
이상은 - 1998년 12월 말 정부출연연구기관 관리체제가 바뀌면서 관련 법 개정도 이루어졌고 이 때 KEI를 정부출연연구기관 리스트에 포함을 시켰습니다. 어렵게 국회 상임위원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개정 법률안은 연말에 여러 법안이 한꺼번에 통과되면서 본회의를 어려움이 없이 통과되었는데 당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연구원이 출연기관으로 전환될 때 경제사회 쪽으로 연구원을 이끌어 갈 것이냐 공공기술 쪽으로 이끌어 갈 것이냐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당시 여건에서는 과학기술분야 박사들이 정책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경제사회연구회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기획예산위원회에서는 공공기술연구회에 소속되려면 경제학자 등 사회과학분야 연구원들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고 했던 것도 경제사회연구원 소속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조금 기관과 출연기관과는 위상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보조금 기관은 예산 절감을 하여 잔액이 발생할 경우 정부에 반납을 해야 하고 이 경우 예산 절감을 잘했다고 칭찬받기는커녕 차년도 보조금 지원이 그만큼 삭감될 위험도 있습니다.
정회성- IMF 때 구조조정이 한창 이루어질 즈음 KDI 이계식 박사가 박진 박사를 포함한 동료들과 함께 정부조직뿐만 아니라 행정 개혁을 맡아 수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진 박사는 환경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연구원장이 바뀌는 것과 같이 연구원 체제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에 각 연구원들을 독립된 연구기관으로 운영하기 위해 모든 예산을 이사회로 넘겨 이사회에서 각 연구원에서 예산을 배분해 주는 식으로 연구원 운영 방향을 결정하려고 하니 각 부처에서 반발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각 부서와 타협하여 연구원 운영기금을 일부만 지원(인문사회는 70~80%, 경제사회는 50%)해주고, 각 부처에서 용역을 받아 연구원을 운영하도록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연구원에서도 용역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상은 - 연구회 체제로 출연기관이 전환되면서 전 산하 연구원 원장들이 모여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연구회 이사장 등 이사회 연구원장의 임기가 동시에 끝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연구회 중심의 출연연구기관 관리체제의 기본 골격을 만들었던 당시 고려대 교수가 간담회에 참석했었는데 그 분이 그 문제를 염려하여 연구원장 임기를 이사와는 달리 4년으로 했다고 말했는데 기본 골격을 작성한 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구원장 임기가 3년으로 조정된 것이지요. 사실 그 분 제안대로 연구원장 임기를 4년으로 했다면 3년 임기의 원장보다는 훨씬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연구원을 운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출연기관 체제를 개선하면서 당시 정부의 방침은 우리 원을 포함한 모든 연구원의 인원을 10% 감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앞서 정 원장이 얘기한 기획예산위원회의 연구원 구조조정 담당 KDI출신 박사를 만나 인원도 부족하고 이제 시작하려 하는 우리 연구원은 키워줘도 모자랄 판인데 어떻게 인원을 줄이라고 하냐고 하면서 증원의 당위성을 설명했더니 이것이 받아들여져 KEI의 인력만 오히려 증가하였습니다. 이 때 담당자부터 “원장님같이 개혁의지가 강한 분은 도와드려야지요.” 라는 말을 듣기도 했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개혁성이 강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정회성 - 국책연구기관 중에 직원을 한 명도 내보내지 않은 기관은 우리밖에 없었습니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