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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철 박사의 회고-청와대 이스라엘 잉어가 왜 떼죽음-하필, 백악교 준공식 전날에

글쓴이 : 관리자 날짜 : 2022-07-31 (일) 01:17 조회 :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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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50만원 이스라엘 잉어 떼죽음

40여년 만에 다시 찾은 청와대 백악교

잉어 떼죽음 살충제 농약이 원인 밝혀

 

이길철 박사 내외분

40여 년 전 국립환경과학원 수질화학연구담당관실(1980년대)에서는 국가 최고의 수질분석 기능을 인정받아 청와대 관저의 식수검사를 매월 1회 수행했다. 업무의 시작은 연구관(5)에게 이름도 밝히지 않는 청와대 관계자의 전화가 걸러오면서이다. 내일 오후 몇 시까지 멸균된 시료용기를 청와대 민원 안내실로 가져오라는 지시이다. 다음 날 아침 연락이 오면 직원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민원실에서 시료를 인수한 후 당시의 음용수 수질기준 및 시험방법에 따라 신속히 검사하고 유선으로 결과를 보고한 후 공문서로 결재를 받아 통보하는 극히 단조로운 연속 업무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통화에서 관등성명을 밝힌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며 우리 과 연구관도 관등성명을 묻지 않는 전통적 불문율이 수년간 지속되었다.

1982831일은 지루한 장마가 개이고 모처럼 화창한 날이었다.

점심식사가 끝난 이른 오후 청와대에서 직통 전화로 과장을 찾았다. 다급한 목소리로 수질검사 장비를 가지고 즉시 청와대 정문으로 오라는 연락이다.

과장과 함께 연구관, 직원 등 3명이 부장 차량(검정색 현대차, 포니)을 이용해 청와대로 향했다. 평소와 다르게 민원안내 실이 아닌 청와대 정문으로 오라고 해서 의아해 헸지만 다급했던 청와대 관계자의 목소리를 생각하고 큰 대문(청와대 정문)으로 차를 진입시켰다. 좌우에 장승처럼 서있던 우람한 체격의 경비병이 차를 정차시키고 방문사유를 물어 자초지종을 말하였더니 정문이 열리면서 빨리 들어가라고 하였다. 4급 공무원이 비표도 교환하지 않고 차에 탄 채로 청와대 청문을 통과한 것은 아마 전무후무한 일이다.

정문을 통과하여 50m쯤에 이르러 무궁화 3개 이상의 경찰 고위직 3~4명을 비롯해 7~8명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수인사도 없이 청와대 골짜기를 따라 흘러 내려오는 개울로 따라갔다. 장마로 인해 흐르는 물의 양이 많았고 물 흐르는 소리도 시골 개천만큼 컸다. 개울 안에는 작업복과 긴 장화를 신은 청년 수명이 개울 물속에 들어가 퍼둥대는 장정 팔뚝보다 훨씬 큰 금빛의 잉어를 끌어내고 있었다. 이미 큰 플라스틱 통 몇 개에는 수십 마리가 퍼둥되고 있었고, 죽은 물고기도 보였다. 어류패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내일(198291) 백악교 준공식이 열리는데 하필 오늘 개울을 막아 만든 호수에서 잘 자라던 물고기가 죽었다고 한탄하면서 빨리 그 원인을 밝히라고 다그쳤다. 현장에서 측정한 용존산소는 11mg/ml로 과()포화되어 있었고, PH6.8로 아주 깨끗한 물이었다.

폭포수처럼 개울물은 흐르고 연신 채근하는 청와대 관계관에게 무언가 답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무궁화 5개의 관계관에게 붕어를 사달라고 하였다. 지갑에서 만 원 권 1장을 작업복 입은 직원에게 주면서 붕어를 빨리 가져오라고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닐봉지에 붕어가 담겨져 왔다. 개울물을 담은 2L 비이커에 붕어를 넣었더니 금방 죽었다. 맹독성 물질에 오염된 것이 원인임을 알려주자 관계관은 또 다시 즉시 그 성분을 밝히라고 강압조로 지시하였다.

청와대에서 현장 조사 중에 검사지시를 받았으니 참 난감하였다. 백악교 준공식 개최전인 내일 오전까지 맹독성 성분을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높은 관계자들이 떠난 후 과 직원에게 시료채취를 지시하고 바위 위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속 두개피를 태운 후 개울에서 패사 어류 수거작업을 끝낸 청와대 호수담당자에게 담배를 권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죽은 어류가 잉어냐고 물으니 대답은 관상용 이스라엘 잉어라고 하면서 한 마리에 50만 원 짜리라고 한다.

청와대 높은 분들이 허둥지둥하던 것이 이해되었다. 당시에는 정문을 지나 개울 좌측에는 철책이 있었고 철책과 개울 사이의 긴 공간에 공작, 칠면조 등을 키우는 작은 동물원이 있었다. 이스라엘 잉어가 패사한 위치는 용충교 바로 위에 있는 이름 없는 무명교 위쪽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현재 청와대 개울의 최상류에 백악교가 있고, ·하류에 무명교, 그리고 하류에 용충교가 있다.

어느 성분이 들어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미지시료(unknown sample)의 측정분석은 모래 더미에서 바늘 찾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은 모든 분석자의 공통된 고민이다.

아주 작은 힌트나 사전 정보라도 있어야 분석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데 고민을 거듭하면서 호수담당자에게 개울 물길을 따라 상류 쪽으로 가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무전기로 경비초소와 연락한 후 혼자서 개울 오솔길만 따라 걸어야 하고, 오솔길 바로 옆에 있는 아주 작은 볏짚으로 지은 정자를 가리키면서 쳐다보지도 말고 앞만 보고 조용히 갔다 오라고 하였다.

오솔길 경계 밖은 겨울에도 자라는 맥문동이 귀여운 자태로 바람에 흔들리고 개울 양옆에는 아주 새파란 소나무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수목으로 풍광이 수려한 산길이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보안시설 구역을 혼자서 걷다 보니 으스스한 두려움도 있었다. 볏짚으로 지은 정자 세 곳을 지나 되돌아왔다.

호수담당자에게 다른 산에 비해 소나무가 새파란데 혹시 송충이는 없냐고 물었더니 국립임업시험원에서 보내 주는 땅에 묻는 농약을 쓴 다음 송충이는 볼 수 없다고 한다. 농약을 보내 준 임업시험원의 직원 이름과 소속을 전해 받고 즉시 귀원하였다. 고급정보를 입수하였으니 귀원하면서 차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조바심도 사라졌다. 임업시험원 해당 직원과의 통화를 통해 알디캎(Aldicab)이라는 성분으로 제조된 데믹입제이며, 산림청장 허가를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맹독성 농약임을 알게 되었다.

즉시 직원을 보내 제품 제조에 사용하는 순수()원료 알디캎(Working stanard)을 입수하여 가스크로마토그래프(GC)로 분석하였다. 결과는 예상과 일치하였다. 퇴근 시간을 훨씬 지나 분석결과를 정리한 후 과 직원을 비롯하여 GC 담당직원과 함께 소주를 반주로 하여 늦은 저녁 식사 후에 귀가하였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분석결과를 전화로 보고하였다.

고맙다는 말은 한마디 없고 언제 이스라엘 잉어를 넣을 수 있는지만 물었다. 매일 채수하여 검사한 결과 알디캎 성분이 검출되지 않으면 된다고 응답했다.

매일 채수시료의 인수와 GC분석, 그리고 청와대에 결과를 보고하는 번거로운 일이 반복되었고 알디캎 성분이 없어지기까지는 꼬박 10여일이 걸렸다.

*이 글은 이길철 전 국립환경과학원장(한국환경기술원 2대 원장역임)이 개방된 청와대를 40여 년 만에 찾은 이후 청와대 백악교를 거닐며 회상한 글이다. 당시에는 연못과 작은 동물원도 있었으며 그 연못에는 한 마리에 50만원을 하는 이스라엘잉어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청와대 잉어패사사건은 백악교 준공을 앞두고 내빈들을 맞이하기 위해 소나무 등 수목정비를 하면서 맹독성 농약성분이 장마 비로 연못에 침투되어 잉어들이 폐사한 사건이다. 우리나라 들판에 맹독성 농약을 사용하던 시기가 1980년대까지 지속되어 환경부는 지하수 등 수질조사에서 반드시 농약류 성분을 검사하고 있다. 농약류에 의한 먹는 물 시험에는 클로로피리포스(수질기준 0.03mg/L), 메톡시클로르(0.02), 핵사클로로벤젠(0.001), 디엘드린(0.00003), 알디카브(0.01), 카르보퓨란(0.007), 시아나진(0.0006), 디메소에이트(0.006), 메소밀(0.02)등이 있다.

(환경경영신문, ww.ionestop.kr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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