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정도관리는 언제부터?
82년 WHO의 지원받아 국내 최초교육
요즘은 국내 모든 분석기관들이 분석의 적정성과 분석기법의 과학화를 통한 신뢰성 확보를 위해 정도관리를 의무적으로 받는다.
영어로는 AQA, Analytical Quality Assurance, Proficiency Test로 일종의 분석능력 보증제도로 이 같은 정도관리를 통해 분석기관의 신뢰성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의 정도관리는 각종 유해물질 등을 주관기관이 인위적으로 제조한 시료를 대상분석기관에 제공하여 분석케 한 결과를 통해 대상기관의 분석능력을 평가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대상기관이 해당분석대상 성분에 대한 신뢰도 있는 분석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며, 먹는 물 분석 등 식품에 잔류하는 유해물질 등을 분석하는 기관의 분석기술의 표준화 도모와 검사결과의 신뢰성과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분석능력보증제도이다.
정도관리가 시행되지 않았던 시절 우리나라도 국가적인 정도관리를 최초로 받게된다.
환경청시절 최수일 전 청장 때 일이다. 대책회의가 열렸었는데 사건은 국립환경과학원이 분석한 자료와 서울시,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실행한 수질분석 결과가 기관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BOD의 경우 과학원은 100, 서울시는 90, 경기도는 115등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진노한 당시 최수일 청장은 환경부 조직 내 담당자들과 과학원 책임자들을 불러 문제에 대한 이유와 대책을 의논하게 된다.
어느 기관의 분석치를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참석자들은 기기장비의 차이, 분석자의 업무능력 등 일반적인 의견을 개진하였으나 당시 과학원 수질공학과장이던 유재근 박사는 명증하게 답변을 하게 된다.
‘과학원은 전국 수질 분석기관의 정도관리를 실시하는 대법원이다. 경기도, 서울시 등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책임자들은 과학원에서 학습하거나 연마한 전문인들이다. 그러니 과학원의 분석치를 믿어야 한다’고 답한다.
이후 과학원은 환경 분석의 대법원이란 별칭으로 불리게 되었고 이 사건은 일단락된다.
이와 같은 유사한 사건은 언론사에 의해 들춰지기도 했다.
본지에서도 과거 이와 흡사하게 민간연구소와 서울시 상수도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에 먹는 샘물을 수거하여 의뢰한 결과 각 기관마다 현격하게 차이가 나 내부적으로 조심스럽게 문제점을 들춰내기도 한 이후이다. 1995년 KBS기획으로 일반 드럼통(20리터)에 물을 채수하여 전국 대표적인 수질분석기관에 의뢰하여 분석한 결과 기관마다 현격하게 분석차이를 보인 사건이다.
보도가 나간후 장관에게(당시김중위장관) 해결 못하면 집에서 애기나 보라는 호된 질타를 맞은 환경부 간부들은 KBS에 찾아가게 된다.
유재근 박사등 환경부 간부들은 궁색하게 KBS를 찾아 가 채수통에 문제가 많다며 4시간의 설전 끝에 대타협을 이끌어 낸다.
이 기획 분석을 위해 수천만 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KBS의 입장을 고려 보도를 하되 분석기관을 밝히지 않는 상태에서 보도하는 방향으로 선향하게 되었고 장관에게 강한 질책을 받았던 4인의 용사들은 기사회생하여 환경부로 돌아오게 된다.
이같이 관련 분석기관마다 분석차이가 발생하면 배출부과금등을 어떻게 책정할 수 있겠냐며 장관의 정치적 감각으로 호된 질타를 받아 담당자들을 옹색하게 하기도 했다.
이후 정도관리가 의무화 되었고 분석기관마다 들쑥날쑥한 분석편차를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정도관리는 분석의 오차를 줄이고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지침이 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같이 중요한 정도관리를 최초로 받은 것은 정도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사건이 표면화된 90년대보다 훨씬 이전인 1982년 4월 12일부터 24일까지 국립환경관학원과 전국의 보건환경연구원이 동시에 WHO에서 파견한 수질전문가들에 의해 정도관리에 대한 중요성과 세계적 환경 분석동향에 대하여 교육받으면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정부가 세계적 기구인 WHO로부터 최초로 정도관리를 받은 것이다.교육자금도 WHO에서 1만 1천불의 지원금을 받아 실행되었다.
1982년부터 참가한 우리나라는 GEMS/WATER 프로그램의 협력실험실(co-laboratory)이던 미국 EPA의 Environmental Monitoring System Laboratory에서 제공하는 표준시료를 받아 분석하고 결과를 보내면서 발전되었다. 현재는 수질 뿐 아니라 대기,토양,악취,실내공기등 7개분야에서 정도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82년 4월 교육 이수 후 불광동에 위치해 있던 환경과학원 정문 앞에서의 기념사진이다.
앞줄 주요인사중에는 좌측부터 전 경희대 예방의학과 김형석교수, 한상욱 전 수질국장, 닥터고WHO
고문관, 고인이 된 당시 지달현과학원장, 뉴질랜드 닥터 스티븐슨, 서윤수박사, 류재근 전 과학원장과 뒷줄 좌측에 고인이 된 서동헌씨와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장을 지낸바 있는 김세진(청룡환경)씨의 얼굴도 보인다.(서정원기자)
*김중위(金重緯, 1939년 10월 28일 ~ , 경북 봉화)전환경부장관은 12대-15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학교 강사와 사상계 편집장을 거쳐서 1985년 12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전국구 승계로 국회에 입성하고 이후 환경부 장관(1994년)과 국회 정무위원장(1998년)을 역임했다. 최근에도 소주 두병은 마실 정도로 건강함을 지속하고 있고 집필과 방송토론등과 환경관련 모임에도 얼굴을 비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