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로 가는길에 만난 루드비히 2세 왕궁
사치스러운 대리만족의 극치 린더호프성
한국의 왕들에게는 사치스러움은 없었다.
독일서 귀국한 다음날 즐겨듣는 FM방송에서 탄호이저가 흘러나온다.
며칠전 독일 뮌헨에서 1시간 30분 달리면 만나는 린더호프성의 인공동굴속에서 들었던 음악이다.
린더호프성은 작고 아름답게 설계되었지만 내부는 매우 요란하게 장식되어 관람내내 정신이 소란스럽다.
19세기 독일에는 많은 소국들중 큰 강국으로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그리고 남바이에른이 있었는데 린더호프성은 루드비히 2세가 직접 설계한 왕궁이다.
루드비히 2세는1864년에 타계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바이에른의 18세 되던 해 왕위에 오른다.
루드비히는 1845년에선 1886년까지 살았는데 생의 마지막 8년간을 매달 2주간을 이 성에서 살았다.
1869년부터 1878년까지 바로코와 로코코풍의 양식으로 지었는데 게오르그 돌만이 설계했다.
프랑스 절대주의 왕권에서 영감을 얻어 이 성을 건축했다.
입구 초입에 조각된 기마상은 태양왕인 루두비히 14세로 이 성 어느곳에도 정작 본인의 초상이나 조각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 중앙홀은 대형 도자기가 보존되어있는데 프랑스의 유명한 세브르도자기,중국 동부의 칠보도자기가 진열되어 있다.
하인들의 숙소,,주방, 왕의욕실등 모든 것이 금도금으로 번쩍이고 요란스러운 무늬장식으로 왕의 정신세계를 유추하게 한다.
왕의 성품을 알만한 정신세계로 하인도 물리치고 혼자 식사하는 왕의 식탁이 관심이 모아진다.
음악을 사랑하는 왕답게 서쪽의 테피스트리품은 음악실로 사용되는데 피아노,aanlsgps의 슈람사가 제조한 애올로디콘,중앙에는 공작새 모양의 세브르도자기가 위치해 있다.
왕이 이곳에 있을 때에는 반드시 공작새 두 마리를 현관과 홀 양 옆에 세워 둬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표시를 했다고 한다.
커텐과 시트커버는 프랑스식 테피스트리로 오뷔송에서 제조한 제품이다.
모든 벽에는 목재 조각품과 벽은 켄버스에 그려진 유화가,천정에는 22-24캐럿의 금박의 스투코트로 장식되어있다.
매우 촘촘하게 장식된 건물 내부는 화려함속에 이윽고 어지러움마저 들게 할 정도로 환란의 극치다.
이같은 실내장식은 프랑스, 중국등 많은 왕궁들의 공주방이나 왕비의 방에서도 찾기 어려울정도로 매우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반면 우리의 조선왕들에게서는 재임기간중 궁을 설계하면서 이토록 사치스럽게 조성한에는 없는것과 대조적이다.
루두비히 2세는 40여세에 사망했는데 그의 삶 자체는 매우 특이한 성향을 지녀 인간 심리학적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문학과 미술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여 이곳에서 자주 문학인과의 토론,음악회등을 열기도 했지만 음악공연의 청중은 오로지 자신 혼자만이었다는 점이다.
무대가 마련되고 연주가 시작되면 방청객에서는 오직 홀로 이 음악을 감상한다.
작은 규모의 왕궁이지만 알프스와 뒤편으로 높은 산자락에 분지처럼 둘러쳐져 밖에서는 성을 찾기 어려울정도로 베일에 숨겨져 1,2차세계대전에서도 이 왕궁은 파괴되지 않고 온존하게 보존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루두비히 2세의 성향을 보면 음악,미술,문학등 예술을 사랑하지만 건축물도 스스로 창안하여 유명한 건축가나 예술가에게 자신의 초벌 밑그림을 던져주고 그대로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궁궐이지만 겉모습은 비록 작고 아담하지만 디자인 구성이 매우 치밀하고 아담하며 균형감각이 뛰어나다.
내부장식은 어지러울 정도로 전세계 중국,프랑스,인도,아프리카등에서 가져온 도자기,나무,,돌등을 활용하였고 켐버스의 그림과 조각물들이 매우 어지러우면서도 정형적이고 환타지어적 성향의 구성으로 배치되어 있다.
또한 성 옆에 스스로 창안하여 만든 인공 동굴 풍경은 또 한번 경악을 금하게 한다.
이 동굴은 왕이 홀로 머물며 음악회를 열고 있는 곳으로 돌과 흙 그리고 목재를 섞어 인공동굴과 석회암 성류굴 효과를 연출하면서도 음향에서는 적절한 울림으로 음향효과를 극대화 했다.
이날도 바그너의 탄호이저가 흘러나오고 조명과 물결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울림이 절묘하게 퍼져 음악감상실로는 최고의 분위기다.
겨울에는 낮은 온도로 왕이 음악 감상을 하는 날이면 2일전부터 10핵타르 면적의 장작을 태워야 했다는 점도 놀라운데 왕의 음악 감상시에는 어느 누구도 출입이 차단되고 오직 왕 홀로 이 음악을 감상했다.
음악가중 자유분망하면서도 오직 여인과의 애정으로 빈곤함속에 작품을 쓴 바그너의 최대 후원자가 된 루드비히2세는 결국 대신들에 의해 정신병자로 몰리고 유배된 뒤 담당의사와 의문의 주검으로 40평생을 마감한다.
이후 뮌헨 자치구가 무너지고 많은 부채에 시달리던 뮌헨자치구는 왕이 죽은 후 단 6주만에 이곳을 입장료를 받고 개방하여 부채를 청산하는데 성공한다.
루두비히 2세는 개성과 독창성, 창의력은 있었지만 직접 그리거나 음악을 연주하지는 않았다.
모든 것을 자신이 그려낸 상상에 따라 유명 작가들이 그의 심성에 몰입하여 재창조했다.
주변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성질에 어쩔 수 없이 외국 대사들을 접견할 때는 길어야 1분내로 왕으로서의 행위를 했지만 언제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던 루드비해 2세.
사치는 매우 주관적이고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의 [로엔그린]에 감동받아 축조한 미완성인 노이반슈타인성(백조의성,월트디즈니의 상표로 유명하며 잠실 롯데월드도 이 궁전의 모양을 묘사했다)
식사도 홀로하고 음악감상마저 홀로며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극히 꺼려한 인물, 결혼에도 실패했고 철저히 외부와 차단한 채 비밀스러운 생활을 이어간 왕,
그러나 루두비히 2세가 설계하여 보존된 성은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린더호프성과 헤렌힘제성등은 후세들에게 유명 관광지로 부활하여 이어져 오고 있다.
사치는 매우 주관적이고 매혹적이다.
사치의 근원엔 파스칼이 정의한 세 가지 욕망이 내재돼 있는데 권력과 지배에 대한 욕망인 도미난디, 자신이나 남을 위해 보다 나은 물건을 얻으려는 욕망인 카피엔디, 감각과 관능에 대한 욕망인 첸티엔디가 그것인데 루드비히2세는 첸티엔디와 경향이 비슷하다. '
《사치와 문명》의 저자 장 카스타레드는 이런 사치가 인류 문명을 이끌었다고 하는데 적절한 사치는 문명의 자극제 역할을 하지만 과도하고 무분별한 사치는 타락과 낭비를 불러 문명의 쇠퇴를 부른다고 말한다. 역사로 봐도 사치는 문명의 전환점에 정점을 찍고 있는데 그리스의 페리클레스,로마의 아우구스투스,프랑스의 루이 14세 시대가 대표적이다.
반면 조선왕조는 불교와 유교문화가 결합되어 사상적으로 체득된 여백의 미를 강조하므로서 서구문명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인 동양적인 정중동의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뮌헨 남쪽에 하얀 선을 긋고 있는 알프스를 뒤로하며 종교적 슬픔이 깃든 성지의 마을,조각가와 예술인들이 칩거하는 아름다운 독일풍 전원마을 오버이머가우마을(OBERAMMERGAU)로 향했다.(독일 뮌헨에서 길샘 김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