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은밀한 파괴적 혁신
-최훈근의 저서-흙속의 보물 지렁이-
흙도 공기처럼 순환한다
최박사와의 인연은 어느듯 20여년을 가차히 넘기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연구사로 일하는 그를 지렁이 박사라고 소개하면서이다.
하고 많은 연구중에 지렁이라니.
생경스럽기는 하지만 기자 정신이랄까, 궁금증이 발하여 그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당시에는 일부 하수처리장에서 발생되는 슬러지등을 먹이사슬로 사용하여 지렁이를 키우고 그 지렁이에서 발생되는 배설물들을 인근 농가에 무료로 공급하므로서 토양도 정화되고 수확량도 높인다는 친환경농법이 소개되는 시점이라 관심도가 높아졌던 시절이다.
그렇게 최훈근박사를 만났고 20여년이 지난 15년의 봄, 다시 찾아간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는 최박사가 퇴임후 소담스럽게 꾸민 –지렁이과학관-이었다.
지렁이생리상태 체험교육,도시농업 활용방안, 지렁이 음식물 처리 실천단 평생 프로그램등을 강의하면서 현장에서 체험하는 체험관이며 과학관이고 실습관이었다.
10평 남짓한 컨테이너 내부는 강의실과 집필실로 꾸며졌고 건너편 비닐하우스에서는 겨울에도 살아있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용이 되지 못한 것이 이무기라 하더니 지렁이의 탄생도 4억년을 넘긴 과거를 지니고 있다.
지구상에는 9천여 종 한국 땅에서는 80여종의 지렁이가 자생하고 있다.
육상에서는 3천여 종이 살고 있는데 바다에서는 흔히 낚시용으로 사용하는 갯지렁이가 지렁이의 원조격이다.
바닷물에서는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개불도 지렁이의 친척이고 육지에서 자라지 못하고 다시 주변 저수지나 논두렁에 정착한 것이 거머리로 이들 모두 다 먼 친족관계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렁이를 대지의 창자라고 호칭했으며 클레오파트라 7세 여왕은 신성한 동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동물학자인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집필하고 세상을 떠나기 6개월 전 마지막 저술로 –지렁이의 활동과 분변토의 형성-을 간행하기도 했다.
다윈은 이 책에서 –인간이 존재하기 훨씬 이전부터 지렁이에 의해 대지가 경운되었다고- 결론 내려 당시 학계를 들썩 거리게도 했다.
19세기 들어와 비료와 농약에 의해 지렁이는 대재앙을 맞았지만 지렁이의 쇠락은 결국 토양을 황폐하게 하는 지름길로 접어들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낚시 지렁이과의 줄지렁이와 붉은 지렁이는 다년생으로 뚱보 지렁이과의 지렁이보다 오래 사는데 수명은 3-4년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렁이 연구는 일제시대 일본학자 고바야시가 조사한 이후 답보상태였다가 최근들어 최박사등 일부 학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지렁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기의 순환처럼 흙도 지렁이에 의해 위 아래로 순환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물론 이는 찰스 다윈이 이미 오래전에 펼친 이론으로 유적지가 왜 땅 속에 묻혔는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해답을 얻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서 최박사는 지렁이를 이용한 토양정화사업과 연계한 친환경 토양복원연구를 비롯하여 지렁이의 분비물을 이용한 액비개발등을 연구하고 있다.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지렁이를 이용한 자연친화형 환경과학탐구이다.
그래서 최훈근박사의 새로운 인생 행로는 자유스러움속에서 지속적인 환경과학자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길샘 김동환)
-들녘간/ 흙속의 보물 지렁이/최훈근지음/270면/1만3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