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호전 환경부차관의 공직심서
신중함과 소심함은 차원이 달라
환경부에서 닮고 싶은 공무원으로 선정된바 있는 문정호 전환경부차관이 퇴임 후 코오롱 워터앤에너지 고문으로 2년 6개월 근무하면서 또 하나의 보따리를 풀었다.
그저 형식적, 시간적 유희만 낚지는 않았다는 증거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전문분야라고 하는, 혹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전문가적 관여도를 높였던 분야에서 짜깁기 하듯 총론적 전문서적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감성적 세계에서의 취미생활의 언저리를 펼친 것도 아니다. 문전차관이 30년 공직생활에서의 느낌과 반성, 아쉬움과 잘한 점 등을 잘 버무려 후배 공무원들에게 혹은 공직에 입문하려는 자식과 같은 2세들에게 던져주는 잔잔한 애정이 담긴 책이다.
표지는 창조적 관리자를 위한 핸드북이란 부제가 붙은 공직의 재발견이다.
문전차관은 환경부를 출입하면서 교감하고 싶은 몇 안 되는 인물로 조각된 인물이다.
나와는 문전차관이 기획실장 시절 합작하여 그려본 것이 환경부 30년사였다.
그 취지와 당연성, 그리고 필요성과 더불어 선배 공무원들의 진솔한 또 하나의 텃밭을 조성해보자는 취지로 기획한 2년간의 사업이었다.
총 예산 6억 원을 투자하여 성공한 마무리를 하고자 출범했다.
그러나, 아집과 개인적 홍보 그리고 소시민적 패거리 문화로 인해 나는 기획단계에서 매듭을 짓고 모든 흐름을 환경동우회에 넘겼다.
그 결과에 대한 품평은 제외하고 시작점에서 나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 문전차관의 결단력을 존중하고 사업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의 순발력과 고민을 보면서 사회에서 만난 인물 중 소중한 인연으로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마음의 소통이 귀중했다.
영혼이 없다는 공무원의 사회에서 어떻게 촛불보다 밝은 영혼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을 나는 이 책에서 찾아 낼 수 있었다.
문전차관은 아들 준기가 행정고시를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망설임에서 마음
을 굳히고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머리글에서 후배와 미래를 염두에 둔 그의 고민과 결단을 존중하게 된다.
-필자의 인생에서 보람을 안겨준 이 망외의 소득은 형언할 수 없이 신비롭고 고마운 공직 인생의 비밀이다. 81년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에 입문 충남 민방위과 교육훈련계장을 시작으로 2011년 환경부 차관으로 마감하기까지 30년 3개월간 국무조정실,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 4개 기관에 근무하면서 총 20개의 보직을 수행했다. 공직생활 중, 초기 3년 반 동안이 공무원으로 가장 진한 보람을 느꼈다-고 술회한다.
그 30년 세월이 녹아든 이 책을 읽으면서 모든 공직자에게 이 한권을 돌려가며 탐독해 보라고 싶은 생각이 든 까닭은 영혼 없는 공무원이 아니고 존경받는, 진실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검증된 조직사회에서의 행동반경과 마음의 씀씀이를 잘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에 입문하여 초기 1년이 매우 중요한데 부하 직원에게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정책기획을 함에 있어서는 현황 및 문제점 파악은 누구나 하는 것이고 문제의 실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대안을 도출하는 슬기가 필요하다고 술회한다.
과학적인 대안의 타당성을 분석하고 대안 추진 시 예상되는 문제를 놓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정책의 집행에 있어서는 실행되지 않는 정책은 정책이 아니며 현장에서 확인하고 피상적인 실적에 연연하지 말며 시스템으로 일하고 기록과 기록한 것은 반드시 인계하라고 한다.
기록과 인계부실은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맹점으로 기록은 감사 등 걸리적거리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사전 차단과 인계 시 차기동료가 자신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낳을 수 있다는 아집과 자기만족적 이기성에 대한 불안에서 지금도 대다수 공무원들은 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
정책 기조는 국민복리 증진을 최우선으로 하고 상식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기술이 대접받으면서 에너지와 자원의 이용을 억제하는 정책이 좋은 정책이라고 말한다.
민원에 대해서는 특혜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며, 민원인과의 만남을 주저하지 말며, 역지사지하고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단호하게 결론을 내린다.
언론을 대하여는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공개하고, 덮으려는 속성은 정보화 사회에서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현실적 해결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임기웅변은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되며 보도 자료는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작성하라고 주의를 준다.
조직관리에서 회의는 가급적 최소화하고, 보고를 위한 보고서는 만들지 말며, 지시는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사람마다 하나 이상의 주특기가 있으니 공은 부하직원에게 돌리며, 좋은 관리자는 부하직원을 키우며, 유능한 직원이 없다고 탓하지 말며, 직원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한다. 상하좌우로 소통하고, 나무라기보다는 칭찬하고, 적을 만들지 말며 평생의 동지를 만들고, 인사기준은 능력을 우선하며 재원배분은 투자심사분석을 토대로 하라는 마치 조직의 효율성에 대한 14계명을 명증하게 정리해 놓고 있다.
역량강화에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자기 분야의 벽을 넘어서야 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깨되 특정분야의 이력관리에 신경을 쓰라고 주의를 준다.
신중함과 소심함은 엄연히 다르며, 내가 최종 책임자라는 자세로 생각하고 권위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며, 타협하는 것이 지는 것은 아니고 눈을 나라 밖으로 돌리고 사색하는 습관을 체질화 하며, 작은 것도 놓치지 말고 긍정적인 사고가 성공의 기초가 되므로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한 업무에 쫓긴다고 소홀히 하는 것 중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잘 노는 것도 능력이며, 가족과의 시간을 소중히 하고 하루에 한 시간은 자기 몸을 위해 투자하라고 충고한다.
그렇게 한 세월 열심히 공직을 마감하면 국민정서상 신중히 선택의 고민을 하고, 후배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자기가 몸담았던 조직에 대해 험담하지 말라고 충고하면서 이글을 맺고 있다.
유능한 공직자는 조직내외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공직사회의 중심인물로 많은 후배 공무원들이 공직의 시작점부터 마감까지의 계명을 알알이 던져주고 있다.
현재 서울시 남원준 상수도본부장과는 연대 선후배이다.
(길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