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도권매립지는 우리나라 수도권의 쓰레기처리를 감당해주는 최대 시설이다,
수도권매립지는 서해안 갯벌에서 황량한 간척지로, 쓰레기의 무덤으로, 그리고 꽃피고 새가 지저귀는 생태공원으로 4번의 변신을 거듭한 곳이다.
수도권매립지는 1984년부터 긴급하게 작동되어 동아건설로부터 정당한 비용지불보다는 생떼를 쓰다시피 기증을 받아 동아건설로부터 간척지에 대한 양도 양수 협약을 1987년 체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서울시 동아건설을 아우르며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당시 환경청의 박판제 청장과 정진성 과장이었다.
물론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 박사는 당시 매립의 한계치를 넘어 선 난지도 쓰레기산을 수차례 들락거리며 쓰레기 위기를 기사화했다.
당시의 난지도는 공포와 역겨움의 현장으로 칼잡이, 넝마, 깡패, 생계형 주민, 아이들과 수녀들까지 살았다. 가장 많은 11개의 별을 단 인물(전과자)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생사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며 그 시신이 어디에 묻혔는지 모른다. 그저 쓰레기일 뿐이다’라는 말에 오줌이 저리기도 했다.
이같이 극한의 상황에서 사업을 현대화하여 성공한 대표적 인물로 한국산업폐기물 공제조합 이사장을 역임한 김호석(42년생) 대일개발회장이며 이곳에는 환경부출신의 김학엽 부회장이 현재도 근무하고 있다.
「서른살 매립지 이야기」는 직장에세이 형식으로 풀어 갔으며 수도권매립지 운영관리조합이 설립(1991년) 된 이후의 이야기 모음집이다.
난지도와 수도권매립지의 정책변화 과정에서의 정책 실무를 맡았던 박판제 청장, 정진성 과장등의 이야기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매립지에 안착하여 직장생활을 했던 젊은 날의 이야기들이 꾸밈없이 전달되어 재미를 더한다.
출근하자마자 파리채를 들고 파리를 때려잡아야 했던 시기이다.
국정감사장(1995년)에까지 파리가 침범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혼쭐이 날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의원들의 얼굴에 날아 앉은 파리를 보며 열악한 근무환경에 동정심이 발휘된 국회의원들이 매립지 근무 직원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야한다는 강부자 의원의 긴급발의가 공감대를 형성하여 파리에게 고마움을 표한 ‘고맙다, 파리야’(황인식/경영기획처장)는 파리의 위대한 힘을 여지없이 보여준 현장이야기다.(14대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홍사덕이었다)
설계가 잘못되어 해결하지도 못한 침출수 처리 개선을 위해 저류조의 깊이를 측정하다가 미끄러져 명절연휴인 추석날 죽다 살아난 ‘추석날이 제삿날’(정용길-기술지원부장), 침출수 관리를 하느라 5일에 한번은 교대로 야간근무를 해야 함으로 침출수에서 파생되는 악취가 온몸을 감싸 돌아 사무직으로 알고 있는 아내에게 호된 의심을 낳았던 ‘전천후 사무직’(김진-정보기술부장), 아침에 눈을 뜨면 회사가기 싫었지만 어깨를 두드려주며 마음의 위안과 고심을 넉넉하게 들어 주었던 팀장 덕분에 어머니 장례를 무탈하게 치렀고 즐거운 직장으로 전환되었던 ‘혼자가 아니야’(홍성균-전략사업실장), 입사초기 대중교통이 없던 매립지까지 쓰레기차를 공짜로 얻어 타고 출근했지만 일렬로 기다리고 있는 쓰레기 차량에서 내려서는 뛰고 걷고 차를 무려 6번이나 갈아타며 출근했던 ‘내일 당장 차 뽑는다’(이원근-물환경처장), 실험실 근무를 하면서 약품이 튀어 놀란 가슴으로 뱃속의 아이가(그 아이는 건강한 성인이 됨) 걱정되던 열악한 실험실 환경을 그려 간 ‘실험실 이야기’(김문정-음폐수시설부장)가 우리의 어제와 오늘의 실험실 환경을 재조명하게 한다.
폐페인트를 생활쓰레기에 섞어 불법매립 한 것을 제보 받았던 ‘한통의 제보전화’(이주철-주민지원협의체 사무국장), 계량대 야간근무를 하던 밤 1시경 아주머니가 허겁지겁 달려와 쓰레기에 묻혀 간 1,200만원을 찾게 해달라고 했지만 망망한 쓰레기장을 둘러보고는 대성통곡을 했던 ‘매립지에 묻힌 1,200만원’(유호영-기반계획부장), 월급만큼이나 통근버스 출퇴근이 심각했던 시절 통근버스에서 족발먹자며 아내를 꼬드겼던 ‘통근버스와 족발’(김현성-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육)등이 솔깃하게 파고든다.
유독 비와 물로 씨름했던 이야기들이 다소 있는데 열악한 환경 속에 고생담이 많이 실린 한정수(그린에너지개발 근무)의 ‘한 여름 밤의 추억’, 김영준의(드림파크본부장) ‘비에 젖은 업무수첩’, 전준택의(기술지원부) ‘물고기 구출작전’, 이화균(대외홍보처장)의 ‘폭우가 와도 열린음악회는 계속 된다’, 지금은 주민의 명소로 정착된 생태연못에 지어진 아치형 돌다리의 이름이 망안교에서 청안교로 바뀌게 된 김상평(퇴임)의 ‘망안교? 청안교?’등이 쏠쏠하게 읽을거리를 던져준다.
골프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서울시로 출근해야했던 ‘서울시 파견근무’(정석우-서울대행정대학원파견), 4자 합의를 이끌기까지의 노력을 ‘4자 합의는 언제까지’(김정수-공정운영부장), ‘거품 물고 개집 지키다온다’는 말처럼 자리만 지켰던 해외전시회에서 베트남 정부로부터 폐기물 처리 계약을 따낸 ‘베트남 환경기술전시회’(김상훈-운영지원처장), 합격통지를 받고 학생 티 안내고 초보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출근했던 ‘P주임의 호빵’(김형진-기간제 근로자)등은 직장인들의 애환에 덧붙여 매립지라는 환경 속에서 얻어낸 귀한 체험담이다.
이화균의 ‘고진감래’는 2011년 당시 정치인으로 사장을 역임한 조춘구 사장이 실무기술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산화염소로 악취를 잡으라는 강력한 지시로 관련 직원들에게 생명적 위협을 어떻게 줄 수 있는가를 잘 알려주고 있다. 이산화염소액은 서울대 출신의 기업인이 정치적 힘을 빌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나 결국 그 기업은 폐업하였다. 환경부도 기업의 영업력에 밀렸으며 과학원에서도 관련 수처리제 허가를 빠른 시간에 해줬다. 김동환 박사가 유일하게 문제점을 파악하여 위험성에 대한 기사를 쓰기도 했으나 정치적 물결 속에 묻히고 말았다.
원종철(자원산업본부장)의 ‘아빠는 쓰레기장, 엄마는 정신병원?’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콩트 같은 이야기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학교를 방문해달라는 개별통보를 받고 학교에 갔더니 담임선생이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아이가 씩씩하고 밝게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격려를 해준 이야기다.
원본부장의 아내는 정신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아이는 정신병원이라고 정답을 썼고 아빠도 쓰레기장에서 근무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책의 재미가 매립지의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독자에게는 쏠쏠한 맛을 보여준다. 그러나 매립지에 대한 전반적인 역사와 환경을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시대적 환경변화와 직업 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을 프롤로그로 삽입했다면 독자들에게 더 깊은 감동과 이해도를 높였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