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짠물이란 인천사람의 행동거지와 삶의 방식을 관찰한 타지방 사람들이 붙여 준 일종의 편견이며 재미있는 별명인 것이다.
사람들은 지역에 대해 편견을 갖기 좋아 한다. 편견은 화폐처럼 통용이 편리하고 애써 내가 규명해야 할 내용들을 「대리사고」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지 않는 것은 나는 그들과는 다른 사람이란 심리적 우월감과 자기 컴프렉스를 은폐시켜 주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독일 「아리안」족의 우월을 증명하고 「아리안」족의 야만적인 컴프렉스를 감싸기 위해서 히틀러는 유태인을 철저히 편견의 틀 속에 집어넣어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이 사건은 편견을 연구하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상식을 가진 일반인의 눈에도 편견이 집단화할 때 얼마나 무서운 폭력이 되고 광기(狂氣)를 유발하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가 된다. 그런데, 인천사람에게 붙여 준 「짠물」이란 별명은 편견이면서도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짠물」이란 분명히 어떤 사람을 가리켜 하는 말인데도 “누구냐?”하고 묻고 들어가면 애매모호해지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인천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고향이 인천이 아니기 때문이다. 충청도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경상도, 전라도…. 오히려 수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 순 인천 토박이 들은 「짠물」이란 말을 불이기가 어색할 정도로 인정이 풍부하고 나누어 주기를 좋아 하는 분들이다. 그러니 「짠물」이란 이 별명은 순 인천사람에게 함부로 붙일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이 「짠물」이란 말이 토박이 인천 사람의 인성에서 유추된 별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외면적으로 고찰해 보면 이 말은 인천이 바다를 가지고 있고 또한 인천지방이 옛날부터 염전이 발달되어 우리나라에서 소금의 주 생산지였던 까닭에 소금의 짠맛과 짠 바닷물이 합성되어 「짠물」이란 별명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물리적이고 외면적인 해석이고 그러한 외형적 「짠물」이란 말 속에 집어 넣어준 함축적인 의미, 내용적인 의미의 「짠물」은 인천사람의 속성에서 얻어지어 발달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순 토박이 인천사람은 빼고 고찰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토박이 인천사람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은 외국인과 유민들이다. 이들에게서 나온 속성이 짠물이란 말의 함축적인 의미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는가. 경상도사람이 인천사람 보고 짠물이라고 흉보고 나서 통성명 하다보면 같은 경상도가 고향인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전라도 사람이 상대에게 짠물이라 부르며 인간적인 우월감을 가져보려 해도 결국 같읕 전라도 사람에게 한 소리다. 인천에 살며 외지 여행 중에 듣는 짠물 소리는 모두 이 모양이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인천 「사람」이라는 사람이 초점이 아니고 「인천」이라는 거주지가 강조되어 만들어진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진실로 짠물의 속성이 확연히 들어난다.
「짠물」이란 소리가 인천사람에게 붙여지게 된 것은 인천의 도시형성 과정과 관계가 깊은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주변의 선배님이나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건데 도시형성 과정에서 어렵게 살아가던 노동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절약하고 아끼던 모습이 그렇게 보인 모양이다. 다른 고장 사람들에게는 인천사람들이 인색하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로 보여 져 인천의 특산 소금과 의미가 융합되면서 만들어진 말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말이 일반인들에게 종종 쓰이다가 6. 25이후 특히 군대에서 인천지역 사람들을 특정 짓는 말로 많이 쓰여 결국 전국에 확산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비합리적인 것을 참지 못하고 따지길 잘하고 돈 씀씀이에 인색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에게 붙이기 좋은 딱 알맞은 말이 「짠물」이 아닌가.
같은 무렵 일반 사람들에게도 또 다른 경로로 「짠물」이란 인식이 확산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그 당시 국민학교 사회과 교과서 속에 소금의 주산지는 인천, 인천의 특산물은 소금이라는 지식의 보급되어 시험문제에도 출제되곤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천사람들은 이말 속에 우리 선대들의 진한 그림자가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개항 당시 급격히 늘어난 유민과 6.25 이후 인천의 인구를 배가시킨 피난민들이 맨손으로 유입되어 먹고 살기 위해 펼친 피나는 생존의 그림자가 이 「짠물」이란 말속에 숨어 있다. 맨손으로 인천에 유입되어 온 수많은 유민의 생활고가 여기에 배어 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인천에 유입된 모든 유민들의 생존방식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이 「짠물」이다.
그러므로 이 「짠물」이라는 말 속에는 인천에 유입되어 피나는 생존투쟁과 함께 오늘날 인천을 건설한 선대의 역사가 배어 있는 것이라고 여겨져 이 말이 갖는 무게와 숙연함을 가슴 깊이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이야말로 다른 도시와 인천이 생성하며 발달해간 과정이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는 인천의 정신이며 이 인천의 정신은 인천이 배출한 몇몇의 위대한 인물들에게서 연역된 것이 아니라, 인천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에게서 귀납한 정신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