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C의 역사 이야기
괴혈병은 비타민 C의 결핍
영국해군은 감귤주스 의무섭취
젊은 시절, 문학에 심취하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긴답시고 가정을 떠나 동 가식 서 가숙하며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끼니는 식당에서 대충 때우며 선배의 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밤, 장롱 문을 열고 귀신이 나오는 환영을 보게 되었다.
식은땀을 닦으며 원인을 짚어보니 영양실조 탓 인 듯싶었다.
하루 세끼니 식사와 별개로 술과 담배 대신 입에 달았던 간식을 객지생활 중에 전혀 섭취하지 못한 결과였다.
비타민이란 사람이 제아무리 세끼니 때마다 포식해도 인체에서 만들어지지 않아 따로 공급해 주어야 하는 물질이다.
간혹 비타민의 무용론과 위해(危害)론을 펼치며 절대로 복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반면에 의약품인 비타민C를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부외품으로 전환시킨 후 하루 50mg에서 200mg이면 충분한 양을 수천 mg씩 섭취하라고 방송에 출연해 강연하므로 써 오·남용을 조장한 학자도 있었다.
비타민을 섭취하지 못해 사망하는 아사(餓死)가 있지만 시계도 밥(태엽)을 너무 많이 주면 죽는 것처럼 과량의 비타민 섭취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인간에게 비타민C의 섭취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중세 유럽의 십자군 전쟁 당시, 십자군은 우월한 연합 군사력을 가지고도 200년에 걸친 8차 원정 끝에 알 수 없는 괴질로 인해 결국 이슬람에게 패했다.
십자군 병사들이 앓았던 괴질은 잇몸에서 악취가 나고 피가 흐르며 피부에 출혈성 반점이 돋고 다리가 붓는 ‘괴혈병’으로 오랜 원정으로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섭취하지 못해 생긴 비타민C 결핍 증상이었다.
1498년, 포루투칼 항해가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는 서유럽에서 인도 희망봉을 거쳐 아시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던 중 160명의 선원가운데 100명이 사망하는 불행을 겪어야했다.
이 역시 비타민C 부족으로 인한 괴혈병이 주원인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er columbus)는 대륙 원정 과정에서 선원들이 괴혈병 증상을 보이자 환자들을 중남미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 내버려 놓고 항해를 계속했다.
콜럼버스가 귀국길에 혹시나 하며 그 섬에 다시 들렀을 때 죽은 줄 알았던 선원들은 건강하게 생존해 있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 섬의 이름을 쿠라사오(Curacaao), 즉 ‘치료의 섬’이라고 명명했다.
1535년, 프랑스 항법사 탐험가인 자크 카르티에(Jacques Cartier)가 캐나다 원정 도중 110명의 선원 중 100명이 괴혈병으로 고생을 할 때 현지 원주민은 전나무 잎새를 먹이라는 처방을 내렸고 그 결과 당일로 완치되었다고 한다.
1753년, 영국 해군함대 군의관인 제임스린드(James Lind)는 해군 병사들이 괴혈병에 걸리자 12명의 환자를 6개 조로 나누어 각각 다른 음식을 투여했다.
1조(사과술), 2조(식초액), 3조(유화산 희석액), 4조(바닷물), 5조(마늘, 겨자씨, 양고추냉이, 페루향유, 몰약의 반죽), 6조(오렌지 2개와 레몬 1개) 환자 중 증상이 완화된 것은 6조 뿐이었다.
1795년, 영국 해군은 이 실험 결과를 근거로 매일 감귤 주스를 먹어야 한다는 법까지 제정했고 그런 이유로 당시 영국해군을 라임(Lime)군(軍)이라 부르기도 했다.
1911년, 폴란드화학자 카스미르 펀크(Casmir Funk)는 현미에 각기병을 예방하는 성분인 아민(Amine, 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유기화합물)이 있으며 이것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물질(Vital Amine)이란 뜻으로 비타민(Vitamine)이라 명명했다.
그렇지만 아민류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 e자가 빠진 Vitamin이 세계적인 공통어가 되었다.
1937년, 헝가리 생화학자 알버트 센트-기에르기(Albert Szent-GyOrgyi)는 캠브리지대학에서 비타민C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오렌지나 양배추의 추출물 중에 수용성이며 설탕과 결합해 결정을 만드는 항괴혈병(Anti-scorbutic) 물질이 있다고 Nature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그 후 비타민 C는 아스코르빅 엑시드(Ascorbic Acid)라는 일반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헝가리 사람이라는 이유로 공동으로 학술지에 발표키로 했던 미국 과학자 시벨리는 노벨상 발표 16일 전에 피츠버그대학에 정보를 흘려 다른 학술지에 타인의 이름으로 먼저 발표를 하게 했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 위원회는 학술지에 먼저 발표한 학자들을 제쳐놓고 평생을 비타민C만 연구하고 발견한 기에르기(GyOrgyi)에게 노벨상을 수여했다.
비타민C가 인류에게 지대한 공헌을 했듯이 그가 노벨상을 받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 김사연의 수필집–요지경 세상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