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 김동환의 기행-러시아 연해주 –6
2차세계전에 전사한 전몰장병들의 기념탑
솔제니친은 항구에서 낯선 손님을 맞고
참전용사들의 이름에는 한국인 성도 있어
항구를 벗어나자 마자 유럽의 어느 광장에 와 있는 듯하다.
프랑스 같기도 하고 네덜란드 같기도 하고 독일 같기도 하고 유럽냄새가 화끈 풍겨온다.
극동 함대사령부 옆 광장에는 2차대전시 일본과 독일을 상대로 싸웠던 잠수함이 관광객을 맞는다. 잠수함 전쟁박물관 옆에는 24시간 365일 꺼지지 않는 ‘영원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벽면에는 촘촘히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동판이 우리를 엄숙하게 한다.
동판중에는 우리의 고려인 성이 적힌 이름도 찾을 수 있다.
이같은 참전용사의 이름을 새긴 동판들이 마을마다 조성되어 역사의 뒷모습을 잊지 않게 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그들을 추모하고 국가는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우리나라보다 더 선명하다. 그래서 러시아 최대 명절은 이들을 기리는 5월 9일이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쟁기념관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지평전쟁기념관 정도나 볼 수 있을까.
6.25전쟁과 일제와 싸웠던 항일투사,지리산 전투, 그리고 월남파병 참전용사들의 이름들을 새긴 추모 기념비가 지역별로 새겨 놓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우리는 이같은 역사적 진실을 왜 애써 잊으려 할까. 국가의 존재가 다시 상기된다.
전쟁기념관인 잠수함 건너편 항구와 맞닿은 광장에는 낯익은 인물이 나를 손짓한다.
70년대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러시아어:Алекса́ндр Иса́евич Солжени́цын, IPA: [ɐlʲɪˈksandr ɪˈsaɪvʲɪtɕ səlʐɨˈnʲitsɨn], 영어:Aleksandr Solzhenitsyn, 1918. 12.11 - 2008.8.3).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1962),《암병동》(1968),《수용소군도》(1973)를 진지하게 읽었던 작품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소설가, 극작가 및 역사가로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군 포병 장교로 근무하던 중 스탈린의 분별력을 의심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친구에게 보냈다가 1945년에 투옥되어 10년 동안 수용소 생활을 했지만 출소 후 쓴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1970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2년 소련 문학 잡지인 <노비 미르> 편집장이었던 알렉산드르 트바르돕스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스탈린 시대 강제 노동 수용소의 비참한 현실을 다룬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연재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소련의 관료주의를 비판한 <유익한 사업을 위하여>를 발표하여 논란의 초점이 되었다. 두 번째 단편이 발표되면서부터 보수파 평론가들에게 "역사적 진실을 잘못 이해한 작품"이라고 비난을 받았다. 스탈린 시대를 주제로 한 <암병동>과 <연옥 1번지>를 완성하였다. 두 작품 모두 국내 출판이 금지되어 외국에서 출판하였다. 1969년 11월에 반소 작가라는 낙인이 찍혀 작가 동맹에서 추방되었으나, 1970년 러시아 문학의 훌륭한 전통을 추구해 온 윤리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받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71년 1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역사 소설 <1914년 8월>을 파리에서 출판하여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1973년 유형지에서의 잔학상을 폭로한 <수용소 군도>가 해외에서 발표되자 서독으로 추방되었다.
소련 붕괴 후 1994년에 러시아로 다시 돌아왔고, 같은 해 시베리아 과학 예술 아카데미의 언어, 문학 분과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그의 아들 익나트 솔제니친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활동중이다. 솔제니친은 물질주의와 구 소련 체제 등을 함께 비판하며 전통적인 애국주의로의 회귀를 촉구해왔으며, 2008.8.4일 새벽, 90세의 나이로 지병으로 별세 하였다. 러시아 언론들은 솔제니친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양심적인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으며 조국 러시아를 향한 긴 발걸음이 이제 멈추게 됐다며 애도하였다.
94년 러시아로 귀국하는 첫 발을 이곳 블라디보스톡에 디뎠고 이후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로 갔던 것을 상징하기 위해 이곳에 솔제니친의 동상을 지난 15년 9월 세웠다.
우리나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동상 하나 제대로 건립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인물 빈곤이 또 한 번 몰아친다.
그저 병립 김삿갓 동상이 전남 광주 동복호에서 보고 강원도 영월에서도 만나는 정도일까. (환경국제전략연구소/김동환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