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설계한 우리나라 새마을 주택 1호가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길 한편에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길 건너에는 주유소와 대규모 물류창고가 들어서 있고, 역사속의 새마을 주택이 사라지지는 않을지 답답해진다.
현재 이 농장은 (재)국제농업개발원 부설 기흥농장으로 이병화 박사가 운영하고 있으나 수년전부터 일부 온실을 분재학습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운영난에 시달리고 농사를 지을 젊은이가 사라졌고 이병화원장도 이제 70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늦가을 이곳을 찾아 농장을 살펴보았다. 과거의 흔적은 남아 있지만 세월의 그늘 속에 점차 가려져 가는 듯 아쉬움이 남는다.
이 새마을농장 1호는 박 전 대통령이 주말농장으로 자주 들리던 애정 깊은 장소이다.
이 농장에서 생산된 무공해 농작물은 1972년부터 1997년까지 26년간 청와대에 공급되기도 했고 주한미군식당에도 납품하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비닐하우스로 원예작물을 이곳에 도입하여 4계절 싱그러운 나물과 각종 채소를 먹을 수 있게 했던 곳이며 그 농법을 전국에 파급시킨 현장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계한 새마을주택은 안채가 37평, 아래채가 23평, 창고 18평등 3개 부분이 별도로 지어졌으나 현재는 리모델링하여 전체를 소통하게 하여 동선의 편리성을 갖추게 했다.
거실에는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앉아 대화를 하던 회의용 테이블과 가죽의자, 생전에 사용하던 가구와 낡은 서적 등이 놓여 있다.
창고 벽에는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낡은 농기구들이 잘 보전되어 있다.
농촌지도자들과 진솔한 대화를 하는 공간이며 직접 농산물의 생장과정을 지켜보는 곳으로 박전대통령이 수시로 들리던 그야말로 농촌 사랑방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학창시절 이곳을 들러 “아저씨, 농사 좀 잘 져 주세요”라는 말을 이병화 박사에게 부탁하고 간바 있다고 한다.
농촌소득증대사업으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청와대에서 농촌소득증대 성공사례를 자주 발표하였지만 얼어붙은 농민들의 발표가 어색하여 속 시원한 내용을 듣기 어려웠다.
한번은 평택의 새마을 지도자가 청와대에서 발표한 적이 있는데 도저히 농민의 머릿속에서 이처럼 매끈한 발표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박대통령은 비밀리에 뒷조사를 지시했다.
그 결과 사례발표 1주일 전에 서울로 불려 올라와 호텔에 투숙시켜 발표연습을 정부담당자가 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형식에 치우치기보다 현장에서 듣고 보자는 취지로 현재 리베라 골프장(관악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올 때면 이곳 농장에 들러 새마을 지도자들과 담소를 나누던 공간으로 사용하게 된다.
농민들에게는 대통령을 만난다고 하지 않고 농림부차관이나 장관과 대화한다고 말하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농촌문제를 들었다.
당시 북한에서는 천리마운동이 펼쳐졌고 이 내용 중에는 천 삽 뜨고 허리 한번 펴기라는 항목도 있었는데 박대통령은 실제로 이곳에서 천 삽을 뜨는 실험을 직접 했다.
그 결과 천 삽을 뜨는데 무려 63분이 소요되었다.
서울 신당동 저택은 대통령이 군복무시절 살던 집이고, 구미에 있는 집은 생가였으며 이곳 기흥 새마을주택은 대통령이 안가형식으로 사용한 집으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중심에 이 같은 새마을 사업이 있었다는 점에서 지자체와 정부의 현명한 관심이 필요하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김동환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