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시-2 /신영옥 시집-그곳,서쪽 마을
그 집 복사꽃
신영옥
돌담 너머 복사꽃이 화사한
골목길을 지나다가
볼 일 급해
무작정 열려있는 대문으로
들어갔다
엉덩이를 잡고
두리번거리며 찾았으나
아무도 없다
고요해
엉겁결에 뛰어나오다가
도둑놈처럼 뛰다시피 오다가
멀찍이 뒤돌아 본
그 집 복사꽃
아이들처럼 모여 까르르 웃는다.
*황해도 연백출신인 신영옥시인의 시집 –그곳 서쪽 마을-을 읽었다.
‘소래산 밑 서쪽 동구 밖 오동꽃 지다/무녀의 징 치는 소리 오동꽃 또 지다/ 그 곳-서쪽 마을-오동꽃 또 지다 지다.’(그곳,서쪽 마을)
‘어둠이 내리는 강변에/노인이 앉아 있다...어둠 속에/노인이 앉았던 자리...달맞이꽃 하나 피어 있다.(그 자리에)
‘백발이 되고서야 세상을 보네...혼자 남은 외로움/허전해도/아름다워 보이네...가을로 가득한 세상/모퉁이 돌며 손짓하네.(갈대)
‘울타리에 탱자 열매 노랗게 익는다/두 배추가 시퍼렇게 자란다/자줏빛 달리아가 보름달같이 핀다/누런 호박덩이에 별이 와서 환히 비추다 간다.(가을의 풍요)
‘심심한 마음도 가실 겸/차 한 잔/내어 놓았다...말갛게 덮어주는/ 이 한 떼/혼자 즐기는 따뜻한 향기로움이다.’(차한잔)의 시들을 읽으며 삶의 무게가 기울어져 있으면서도 자연을 소중히 자신의 품안으로 감싸않는 모습을 지켜본다. (길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