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태경여사와 최순실
10만원의 기부와 금메달의 가치
주태경여사는 이화학당을 둘러보다보면 마주치는 조각상으로 대면하게 된다.
건너편 연세대와 함께 현대식 건물에 가려 있지만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짬짬히 남아 있어
거목들에게서 풍겨져 오는 숲향과 함께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
총장퇴진을 외치는 가면쓴 여학생들의 집단 행동에 끌려 이대를 찾았다.
환경세미나로 종종 찾은 적은 있지만 순전히 집단 데모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어보기 위한 이화대문을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금메달이 악취나는 똥메달로 범벅이 된 작금에 다시한번 찾았다.
호젖하게 걷다가 주태경여사의 동상앞에 잠시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용서해주세요,증손자같은 정유라가 1백년 넘은 이대에 제초제를 뿌렸다.
눈물을 흘리고 돌아서야 할 떨어진 학생들,그들앞에 영원히 당당할 수 없는 교수들,그들을 지휘한 입학처장,총장등 학교 이사진들.
2016년 송년회겸 이대 총동창회의 밤도 올해는 취소되고 말았다.
한국의 훌륭한 어머니들을 키워낸 이화학당을 현대사회의 재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평생 모아온 1943년 당시 10만원을 기꺼이 기부한 주태경여사.이화여대 최초의 한국인 기부자이기도 하다.(40년대 쌀 80Kg 가격 22,68원,1차화페개혁(53년),2차개혁(62년), 2015년 추정금액 7억원정도)
1873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과부의 몸으로 원산에서 생활하며 모아온 순수히 여성 홀로 모아둔 재산이기에 그 감동과 고마움은 배가 된다.
손떼묻은 귀한 전재산이며 피며 땀의 결정체며 얼룩이 환생한 이 시대의 꽃이었으며 이화여대 최초의 기부금이기도 하다.
올 초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언론의 한 기고문에서 한국은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하는 세계기부지수 순위에서 64위로 ‘주는 나의 기쁨이 받는 너의 기쁨보다 크다’는 말이 있으나 한국인의 기부지수는 해가 갈수록 낮아진다는 개탄을 한바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 여성교육기관인 이화학당(梨花學堂)을 설립한 스크랜턴 여사, 이화학당의 당장이던 페인, 프라이, 아펜젤러 등 73명의 여성 선교사들에 의해 꾸며진 이화여대가 작금에 선택한 인물이 최순실이고 그의 딸 정유라인지 너무도 참담하다.
얼마나 기부 받았는지 모르나 이것은 기부가 아니라 뇌물이며 우리나라 교육환경의 지평을 평가하는 엄연한 잣대이다.
묘하게도 연세대는 장시호,이화여대는 정유라.
과연 이들은 이렇게까지 표독하게 학위를 받아 사회에서 제대로 된 사회활동,그리고 한 가정의 올바른 어머니로 성장할 수 있을까.
미래가 암울해지는 가운데 주태경여사는 지금 이화여대 교정을 보면서 바꿀수 없는 10만원의 가치가 한없이 추락하는 현장을 보면서 무슨 말씀을 할까.
떨어지는 낙엽이 눈물방울처럼 서글픈 가을의 끝자락이다.(시인-길샘 김동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