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나들이
-대통령이 뭘 잘못 했나요
길샘 김동환
떨어지는 낙엽에도 놀라는 가슴들이
헌금을 하듯 2천 원짜리 바람막이 일회용 컵 촛불을 사 들고
서울광장으로, 청계광장으로, 광화문 이순신장군 앞으로
귀 막혀버린 세종대왕 앞으로, 외교부 청사 앞으로
터질 듯 침묵의 물결로 느린 걸음으로
현대정치 60년사의 매듭을 풀기 위해 모인다.
방부제를 덧 씌웠나
40년간 썩지도 않고 독버섯으로 씨를 퍼트린
최태민 일가의 국정문란을
최씨 일가와 동행하며
오로지 자신만을 고고하게 다듬으며
세상과는 등을 돌린 박근혜를
놀이삼아, 방패삼아
이 땅의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여당도 야당도 욕망의 합작품인것을
떨어지는 낙엽에도 잠 못 이루는 가슴들에게
깊고 깊은 상처를 남긴 그 생채기
굳어진 딱지를 훈장처럼 매달고 광화문에 모였다
수능시험을 앞둔 학생들도, 휴가 나온 군인들도 사복으로 갈아입고
공무원, 선생님, 종교인, 문인들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외국인들도
관광 온 외국인들도
모든 노동조합원들도 깃발을 세우고
국민 농락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는 국회의원들도
촛농이 다 흐를 때까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누구나 평등의 출발선에서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고
노력하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창조적 정치개혁이, 육십년 적체된 쓰레기들이
촛불의 힘으로 소각되어
이 땅 어디에서도
꽃들이 다시 피어나기를
여섯 살 아이가 묻네요
대통령이 뭘 잘못했나요.
일을 안했나요. 게을렀나요
말을 안 들었나요, 거짓말 했나요,
훔쳤나요
버스를 타기 위해 광화문 광장 도로를 걸어가는 동안
내 손자가 묻는다면
나는 무어라 답을 할까.
떨어지는 낙엽에도 눈물 흘리던 시인은
아직도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016.11.1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