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 포장된 위장 전문가가 설치지 않는 사회가 구현되기를
전 세계 유명 환경관련 기관들을 방문하여 시설, 운영관리, 환경 등을 살펴본지 30여년이 지나가고 있다.
정수장, 폐기물처리장,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 매립지, 악취시설등과 관련 공공기관, 기업체등을 방문하면서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그들의 책상이나 세미나장에 관련분야의 전문지(학술지포함)들이 최소 2종에서 10여종 이상 비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환경단체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강변에 있는 그린피스본부를 방문했을 때에도 다양한 홍보물과 관련 전문지들이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주택환경부의 국장과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NGO중 어느 단체와 신뢰를 가지고 소통을 하냐고 묻자 단연 ‘그린피스’였다.
그린피스가 정치나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지 않고 개인의 후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공동연구도 수행하느냐고 묻자 그린피스에는 훌륭한 전문가가 많아 그들과 손잡고 연구수행도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환경국장은 그린피스와 네덜란드 정부가 협력하여 연구한 결과물이 담긴 전문지를 펼쳐 보여준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과 미국을 비롯하여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폴, 중국, 베트남. 네팔까지 전문기관의 책상위에는 반드시 전문지가 눈에 들어온다,
결국, 전문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인 듯하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일간지만 눈에 들어올 뿐 전문지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정치적 홍보 전문지 제외)
정년이 보장된 직업전문가들은 정치나 사회현실에 더 관심이 있지 급변하는 전문적인 환경변화에는 매우 둔감한 듯하다. 우리나라 환경 NGO도 자신들이 활약한 홍보물이 대부분이지 전문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전문지가 눈에 잘 들어오는 분야는 농어촌과 법조계뿐이다.
전문가는 어떠한 분야에 매우 정통하고 일반인들보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으며 필요로 하는 기술과 이론을 겸비한 사람들이다.
원자의 구조에 대한 가설로 199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물리학자인 닐스보어(Niels Henrik David Bohr,1985-1962,덴마크)는 아인슈타인과의 대화에서 ‘과학을 논하면서 신을 들먹이지 말라’라는 말을 하기도 했으며 전문가란 '아주 좁은 범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오류를 경험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영어로는 expert라고 하며 직업적 전문인들을 professional, 줄여서 pro라고 한다.
특정 분야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책이나 강의를 통해 제자들과 사회전반에 소통하고 있다.
현대사회는 정보와 인터넷의 보편화로 전문적 지식의 접근이 용이해져 진정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과 사회전반에 대한 함축적인 역량이 필요하고 그 과정도 매우 복잡해졌다.
그래서 사회에서는 박사나 기사, 기술사라는 호칭과 연구원, 교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후임자들에게 계승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하지만 학자나 기술자보다 전문성이 높은 사람으로는 동일한 분야에서 경력이 긴 사람이 한편의 논문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기능장, 요리사, 주방장등 장인들과 외길 제조전문 대표들이 그들이며 의사나, 약사등도 이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보다 지식과 경험을 통해 사회적 돌발 상황에서 빠른 판단과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법정에서도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인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사회적 물결 속에 휩쓸려 대중이 모두 옳다고 하는 논리(진영논리 포함)에 밀려 잘못된 것에 대해 침묵하거나 전문가적 양심으로 검증도 없이 옳다고 결론을 내리는 패착을 두기도 한다. 매우 무섭고 두려운 위장 전문가로의 전환이다. 그래서 양심과 진정성을 지켜 온 전문가는 생전보다는 사후에 더 권위를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의 특징은 자신이 연구한 사실도 허점이나 부족함이 있으며 틀릴 수도 있다고 스스로 자인하지만, 전문가를 사칭한 사기꾼이나 위장전문가(과대포장전문가)들은 자신의 말이 절대적인 진리며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결론 내린다.
이 같은 위장전문가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이용가치가 떨어지고 여론의 위기에 몰리면 왕따 시키고 조롱거리로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결국 정권의 총체적 실패를 거듭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적 현실이다.
그래서 중국 촉(蜀)의 유비(劉備)는 제갈량(諸葛亮)이라는 인재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三顧草廬)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인재를 중시한 조조(曹操)는 전투에서 승리하여 다른 나라를 복속시킬 때마다 적군 가운데 좋은 인재를 발탁기용하기도 했다.
올곧은 심지를 지니면서 전문성을 가진 인사는 삶의 자세도 반듯하기 마련이다.(다만 가족사에서는 난해함이 공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아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직이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엉망진창이 되고, 직언과 소신발언을 하는 사람이 지근거리에 있으면 오히려 안전판 역할을 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환경경영신문,2022년 2월 칼럼)
새 정부에서도 각 분야에서 위장과 과대 포장되지 않은 진정한 전문가들이 얼마나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박근혜정부의 기후불량 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고 기후모범 국으로 칭송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는 비록 4대강사업 강행과 그린벨트 훼손 등 자연생태의 파괴적 변화를 주도하긴 했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비전을 선포하고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와 녹색기후기금(GCF)을 인천 송도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공적 국가비전을 외롭게 설계한 인물은 언론인 출신의 김상협 당시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이다.
김상협 당시 비서관은 이명박 계보도 아니고 정치적으로도 외톨이 인물로 경제수석 등 당시 청와대를 흔들던 주요 인물들에 의해 산자부 차관 등으로 자리를 옮겨달라는 권고성 추방명령에도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고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비전을 달성시킨 인물이다.
자신은 어느 한 부서에 종속되면 자신이 지향하고자 하는 국가비전을 달성시킬 수 없다며 지위나 명예 등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국제환경의 전문가답게 소신과 철학을 고수했다. 이를 너끈히 받아 준 대통령의 신뢰가 빚어진 합작품이기에 전문가의 역량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전문가가 전문가를 존경하고 위장전문가가 나서지 않는 사회의 구현을 바라는 마음이 새 정부에서는 반드시 실행되기를 간절히 갈구한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김동환박사, 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