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 / 서울시 상수도본부 30년을 돌아본다 - CEO편-28명의 본부장들

서울 상수도본부 30년 지도자들은 어떤 흔적을

평균임기 1년 1개월 28명의 본부장 다녀가

애정 어린 수도경영을 펼친 인물은 누구일까

상수도본부가 설립된 지 1989년부터 30년이 지났다.

30여년의 세월 속에 상수도의 최고 CEO들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가.

우선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인물평을 들여다보자.

혈연 연결망으로 후삼국을 다스린 왕건은 훈용 10조를 남겼다.

고려 광종은 노비안건법을 선포하고 958년에는 문장을 짓는 능력과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제술과, 유교경전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는 명경과, 천문, 지리, 번역, 의학 등의 인재를 뽑는 잡과 등 3과의 시험을 통해 인재를 뽑는 한국최초의 과거제를 실시했다.

성종시대 서희장군은 10여 년간 단절됐던 송과의 외교관계를 회복시켜 외교능력을 인정받았다.(972년)

고려 말에서 조선시대로 전환되는 어지러운 시절 영접사 일을 맡으면 출세는 할 수 있으나 자신의 정치적 노선과 배치되고, 개혁을 내세울 명분을 잃게 되며 거부하면 명령불복종으로 파직되는 사면초가에 놓인 역성혁명의 기획자 정도전은 ‘사람이 난처한 사태를 당하여도 바른 길을 잃지 않는 것은 다행히도 한 번의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비장한 글을 남기고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법조문이 번잡하고 앞뒤가 모순되는 문제가 노출되어 이를 정비하기 시작한 세조(1457년)의 경국대전 편찬 작업은 30여년만(1485년)에 반포되어 조선시대 최고의 법전으로 노비의 휴가일수와 여인의 치마폭까지 규정했으며 형전에는 공노비의 휴가일수를 출산 전 30일, 출산 후 50일로 규정해 놓고 있다.

조선의 네로황제인 연산군은 역사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

즉위 초기에는 정사에 의욕을 보였지만 얼마 후 사치스럽고 방탕한 생활에 빠진 연산군은 성종의 장자로 태어나 9살 때 세자로 책봉되고 11년간 당대 최고의 학자들에게서 제왕학을 익힌 준비된 왕으로 19세에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연산군의 패악에 대해 나열하면 무오사화(1498년)를 일으켜 대거 숙청했고 외척을 중심으로 측구세력을 구축하고 절대왕권을 만들었다.

성균관을 기생과 놀아나는 유흥장으로 변질시켰고 전국에 채홍사라는 관리를 통해 미인들을 불러 모았고 이렇게 모은 2천여 명을 위해 기생방인 창덕궁을 증축했다. 사냥을 위해 도성 밖 100리 안에 민가를 철거했으며 금표비를 세워 백성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유흥비 마련을 위해 별의별 명목의 세와 공물을 받았으며 한글 투서가 발생하자 ‘언문구결’이라며 책을 불태우고 한글사용도 금지시켰다.

어머니의 원한을 풀기 위해 갑자사화를 일으켰고 훈신들의 막대한 재산을 몰수해 유흥비와 왕실재정을 채웠다고 역사는 기록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역사는 국가나 조직이 그 수장에 따라 어떻게 흥망성쇠를 보여주고 있는가를 증명하고 있다. 왕(대통령) 조직의 장(시장, 군수-공사사장, 본부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상기하면서 서울시 상수도본부의 수장들의 스쳐간 자취를 본부 설립 30여년이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살펴본다.

상수도본부장 평균 재임기간은 1년 1개월

신바람 나게 공기업을 이끈 인물 몇이나 있나

서울시 상수도본부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1년 1개월 너무도 짧은 기간이다.

이들 중에는 짧은 기간도 길기만 한 인사도 있었고 좀 더 재임했어야 할 아쉬움을 남긴 본부장도 있다.

좀 더 오랜 시간을 가지고 상수도의 수장으로 활약했다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보지만 평균임기 1년 1개월이 말해주듯 상수도 본부는 서울시 전체 조직에서 기피부서로 조각된 지 오래이다. 서울시 고위직이라면 누구나 최고 CEO로 임명해도 무탈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했다.

시장단은 일단 검증된 위인들이라 하지만 상수도본부장으로 부임하는 인사들 중에 신바람 나는 인사는 찾기 어려웠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대부분 공직의 신분으로서 인사권자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주어진 업무환경에 따라 본부를 이끌어갔다는 것이 전체적인 윤곽이다.

30여 년간 스치듯 지나간 28명의 수장들은 과연 어떤 족적을 남겼을까 (1989년-2019년)

1년 미만 재임한 인사들을 나열하면 2대 김인동 본부장이 45일로 가장 짧고, 5대 이원택 본부장 9개월, 7대 김치운 본부장 8개월, 8대 김동훈 본부장 5개월, 13대 원세훈 본부장 6개월, 14대 김승규 본부장 2개월, 17대 나진구 본부장 4개월, 22대 정연찬 본부장 8개월, 23대 김경호 본부장 4개월, 26대 윤준병 본부장 4개월로 이들의 직무평가를 하기란 사실상 어렵다.(이원택, 원세훈, 나진구, 윤준병 본부장은 부시장까지 역임)

상수도본부 태동 30여년을 지나면서 서울시 상수도본부에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는 전·현직 공무원들과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학계 등 외부 인사들의 시각을 종합하여 본부장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기업이나 기관 등에 있어서 그 조직이 퇴보하는가, 발전하는가는 CEO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상수도에 있어서 비전문가에 의해 정치적 입김으로 인해 시행된 대표적인 것이 내식성 관종 변경이다.

1985년부터 아연도강관의 부식문제가 전국적인 사회문제로 야기되면서 국무총리실에서는 수도관을 내식성자재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서울시는 강북지역은 스테인리스강관을 강남지역은 동관을 매설하겠다는 이상한 배분으로 사업이 시도되었다.(1988년 스테인레스관은 399km, 동관 220km 실행)

그러나 동관사용은 누수와 구리이온 검출등 위해성이 가시화되면서 상수도본부가 설립된 이후 1993년경 전면 중단되었다. 하지만 현재도 누수나 수질오염의 원인으로 동관에 의한 청색증유발 등 위생관리의 주범으로 남아있다.

당시 수도파이프 동관은 판로확산을 위해 제작사인 풍산파이프 등 기업들의 정치적 입김을 통한 강력한 로비로 이뤄진 사업이다.

30년의 역사는 현대사회에서는 결코 짧지만은 않은 세월이다. 과거 100년의 세월보다 변화무쌍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부장들의 족적을 스케치했다. (다음 호에 계속)

(환경경영신문/환경국제전략연구소 전략연구팀/김동환 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