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호 전환경부차관의 자전적 –공직심서-연재 19
에너지와 자원의 이용을 억제하는 정책
에너지 소비증가로 인한 화석연료의 고갈과 지구온난화, 무분별한 개발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멸종위기, 신흥국의 경제개발에 따른 천연자원의 고갈과 가격 급등, 사막화의 진전과 식량부족 문제, 산성비, 물 부족과 환경난민 등 지구촌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경제나 환경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문제의 한가운데 놓여있다.
정부정책의 대상인 국민의 범주에는 아직 이 땅에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가 포함된다. 따라서 장차 미래세대가 사용해야 할 자원을 고려하지 않고 현 세대에서 사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고갈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어 하는 성과 조급증을 경계하면서 이제는 여유를 가지고 미래세대까지 배려하는 심모원려의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미래 세대란 결국 우리가 끔찍이도 아끼는 우리의 아들 딸, 손자 손녀이고, 또 그들의 후손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은 기술,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개발될 것이고, 그러한 기술과 아이디어는 현재보다 더 적은 비용과 자원을 투입하고도 훨씬 더 나은 정책과 그에 따른 성과를 가능케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았으면 한다.
현재로서는 자원은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지구의 자원은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숙명에 놓여 있다. 특히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국가들의 급속한 경제개발로 인해 한정된 자원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추세이다. 앙등하는 원자재 가격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결국 인류 전체를 빈곤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다행히 최근에는 세계 각국이 자원의 절약과 재이용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러한 인식이 국정 전반에 걸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상적인 걱정의 수준을 넘어 실제 모든 정책에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이용에 대한 고려가 철저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석유, 석탄 등 인류가 그동안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에너지원들이 머지않아 고갈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은 최근 미국에서 활발히 채굴되고 있는 셰일가스(shale gas: 오랜 세월동안 모래와 진흙이 쌓여 단단하게 굳은 탄화수소가 퇴적암 층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의 등장으로 많이 희석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셰일가스 또한 화석연료의 고갈 시점을 다소 늦출 뿐, 천연에너지는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필연을 우리가 애써 모른 채 하고 있을 뿐이 아닐까. 더욱이 우리나라는 석유든 가스든 에너지 조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느긋한 분위기이다. 한동안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그 열기가 다소 식어가고 있는 느낌인데, 이 또한 세일가스의 등장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의 지속적인 개발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 역시 아직까지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현실도 우리는 유념해야 한다.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은 에너지원의 고갈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위기는 자원과 에너지원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인류는 종말의 위기에 부딪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화석연료의 폭발적인 사용 증가로 촉발된 지구온난화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위기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기후변화의 양상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그것이 위기임을 우리는 벌써 체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또는 덜 배출하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부에서는 원자력이 대안임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은 핵무기 개발의 원료를 제공한다는 점 외에도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와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문제 등 또 다른 측면에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더욱이 요즘과 같이 원자력 안전문제에 대한 불감증으로 인해 원자력 안전문제를 책임지고 감시·관리하여야 하는 담당기관이 오히려 온갖 부정을 저질러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국민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정책이라면 당연히 자원과 에너지의 사용을 억제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향,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환경경영신문/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