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모방이냐 표절이냐
요즘 들어 정치권에서 논문표절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결말은 언론에서도 흐지부지 자취를 감췄지만 유명 인사들의 표절시비는 금전적 비리와는 또 다른 충격과 신뢰를 떨어트리는데 톡톡히 한몫을 한다.
그동안 논문표절시비에 휘말린 인사들을 나열하면 정세균 통일민주당 최고의원을 비롯하여 체육계출신으로 총선에 출마한 문대성, 새누리당의 정우택의원,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전여옥전국회의원 등 다양하다.
요즘의 관건은 단연 대통령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철수 대통령후보이다.
우리사회에서 논문표절 시비가 일기 시작한 것은 10여년정도이다.
과거에는 논문표절 따위야 여론에 관심조차 없었다.
새누리당이 안철수 후보를 겨냥한 표절시비는
"남의 논문 가운데 여섯 단어를 연속으로 가져다 쓰면 표절로 간주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안 후보 논문에 대한 의혹제기는 정당한 만큼 서울대가 시비를 가려달라고 주문했으며 "
고위공직자 청문회에서 수많은 인사들이 논문표절 의혹으로 낙마한 만큼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안 후보에 대해서도 엄정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안후보의 표절논란이 된 논문은 93년 12월 대한생리학회지에 발표한 ‘Effect of Cyclic GMP on the Calcium Current in Rabbit Ventricular Myocytes’으로 논쟁의 끝은 서울대의 판단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표절에 대한 논의는 사실 엄격한 잣대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그에 대한 평가나 진단도 명확성이 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긴 학술지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서등의 각종 연구보고서등은 과거 누군가에 의해 간행된 보고서를 통째로 실리는 사례가 빈번한 게 현실이다.
여기에 국영방송을 비롯한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들도 새롭게 대폭적인 개편을 했다지만 알고 보면 어디선가 보아 왔던 치기적 냄새가 물씬 난다.
주로 일본이나 해외 어느 유명방송사들의 프로그램을 그대로 건져와 한글로 표기했을 뿐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형태의 각본과 연출로 방송을 하는 것이 대체적이다.
최근 들어 삼성과 에풀의 특허전쟁이 대립각을 펼치고 있지만 디자인측면에서도 독창적 디자인보다는 외국 어느 잡지나 유명 책자를 훔쳐온 디자인이 우리 것으로 포장되어 국내시장을 휘돌고 있다.
맹자는 -남의 선행을 본받아 자신도 선을 행함을 즐기라(樂取於人以爲善)-는 말을 토해냈다.
남의 것을 모방함은 선함만을 표방하라는 말로도 들린다.
남의 재주와 기껏 노력한 결실을 얌체처럼 채가는 행위는 그야말로 도적이나 다름없다.
요즘 서울의 유명대학에서도 환경분야 박사논문이 표절시비로 인정하느냐 못하느냐 대학의 핵심쟁점으로 떠올려지고 있다.
이미 논문심사마저 통과한 논문이 돌연 한 교수의 재기로 심사위원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환경관련 기관에서 다년간의 연구한 보고서를 논문으로 재정립하여 학술적 가치로 재탄생시킨 논문이라 환경관련학자들에게는 결론에 따라 향후 상당한 혼돈을 야기할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대다수의 국내 논문이 이리저리 관련논문이나 기관들에서 간행한 각종 연구보고서를 참고하여 자신의 핵심사항을 정리 석,박사학위 논문이나 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 다반사다.
때로는 기관에서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해야 나올 수 있는 논문들도 많다.
그러나 관련기관에서 학술적으로 다시 풀어 정리하는 적절한 인물이 없을 때에는 단순한 보고서로 끝을 맺기도 한다.
정보의 소통이 단절되어 좋은 학술적 자료도 사장되는 것이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서경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하게 아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천방지축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줄 안다는 학자들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표절시비가 사회적으로 조명되어지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본분과 현실을 명확하게 직시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지 모른다.
자신의 틀린 견해를 과감히 버리고 남의 옳은 견해를 따르지 못함도 큰 병이다 고 서경에서는 또 한번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감에서도 명예박사학위가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한바 있다.
온통 돈과 권력에 의해 박사학위가 생성되고 청문회마다 이제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 표절시비.
창조적 모방도 되지 못하고 잘못된 인식을 전환시키는 계기도 마련되지 못했으며 선한 것을 행하기 위해서 표절을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결국 –다언삭궁(多言數窮)-즉 많은 말을 하면 결국 난처하게 된다는 노자의 가르침에 한 치 어긋남이 없는 사실이 아닌가.
표절의 하한선이 잘 가려지지 않는다 해도 본인의 가슴에서 한번 진검의 칼을 휘둘러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하긴 한비자는 –노마지지가용야(老馬之智可用也)-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하도록 하라고 말하기는 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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