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이나 정권교체보다 생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자신의 꿈이 이뤄지는 사회를 절실하게 갈구하는 오늘이다.
故 고계현(65년생,전남 신안 도초도출신)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26년간 재직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이별을 고했다. 그리고 소비자주권을 창립하고 이 시대의 올바른 시민단체 하나 제대로 이 땅에 뿌리내리자며 우직한 횡보를 내딛었다.
고인은“시민운동을 하다가 정부 요직에 입성한 인사들에게서 행복한 모습을 찾을 수 없다.”라며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맡아 활동하지만 대부분 정책 실패로 이어졌다.” 그 이유에 대해서“같은 시민운동가로서 부끄럽다. 그들은 국가관과 책임성이 부재하고 미래지향적 사고보다는 오로지 전투적 자세로 흑백의 양면성에서 판단하고 원리적 태도로 접근했다. 제도권 안에서 경험도 없이 아무추어가 시민운동 하듯이 접근했다.” 고 평가한다.
그렇다 지자체, 환경,원자력,공공기관등에 흡수되어 활동한 이들의 족적에서 ‘시민운동가 답다’라는 긍정적 평가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동료,선배,후배들이 사회요로에 진출하면서 자행한 행위들에 대해 “정책 실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평소의 말과 행동과는 전혀 다른 부도덕한 태도들이다. 문재인 정부에 참여한 시민단체 출신들의 도덕성 문제는 향후 시민운동에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되리라 본다.”라고 진단했다.
시민단체들이 순수성을 잃고 관변화로 탈색된 문제에서도“정부의 공모사업이나 프로젝트 사업 중심으로 시민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단체는 단체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권력 감시라는 본래의 사명은 사라지고 정부의 역할을 대행하면서 시녀 역할을 하고 있다. 권력으로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을 상실해 엄밀히 말해 시민단체라 평가하기 어렵다,”그래서 향후에는 시민단체의 사회적 책임운동이 새롭게 전개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시민운동의 참 값은 “정치적 중립성, 비영리성, 시민의 자발적 참여, 공익성 등이다. 과거 독재 시절에는 이념적 사고에 대한 정치 참여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이념적 갈등은 시민의 가시권에서 사라져 갔다.
다만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가 증폭되고 경제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시민운동의 보편적 가치를 되살리면서 소소하지만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실생활의 불편함과 괴리를 찾아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설립한 것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다.
고인이 몸담고 있었던 경실련에 대해 “경실련은 정책운동 성격이 강해 의제 발굴·기획·실행을 상근 활동가와 관련 전문가 중심으로 수행했다. 경제정의 문제를 비롯해 의정감시, 심지어 통일운동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삶 속에서 체감하는 의제를 발굴해 사회적 어젠다로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라고 평한다.
1990년대의 시민은 자신의 목소리를 단체를 통해 표출했다면 2000년대로 넘어와서는 시민단체보다는 SNS등을 통한 1인 언론을 통해 불편함을 표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아우성을 듣고 뒷북을 치는 형국이다.
고인은 평소 『의사소통의 리더십』의 저자 존 W. 가드너 (John W. Gardner)를 시민운동의 모토로 삼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공공정책 교수,미국의 대표적인 공익시민단체 코먼코즈 (Common Cause, ‘공동의 대의’)설립자,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이사,미국 보건교육복지 장관을 지낸 가드너는 의사소통의 리더십이란 저서에서“우리는 계속 전진해야 한다.나는 인간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끊임없는 일신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 한다.“정체” 그것은 곧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이다.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도 망각한 채 멈춰 있는 것이다.“라며 진정한 리더를 갈구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사회도 다원사회가 되고 민주사회가 되었기에 리더십은 더 중요하고, 리더는 차원 높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고인은 국회 비례대표등 정치적 유혹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다짐은 선배,동료가 아니라 “형도 (정치권에) 갈 거예요?”라고 단정짓듯 묻는 후배들의 따가운 시선에 마음가짐을 더 더욱 다져야 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주(周)나라의 여왕(厲王)과 신하인 소공(召公)의 대화는 시민운동의 방향과 진정한 리더에 대한 가르침이다.
-왕이 “ 보거라 강압정책을 쓰니 백성들은 찍소리도 못하지 않는가”라고 하자 소공은 “물이 둑을 무너뜨리면 수많은 사상자를 냅니다. 백성들의 입도 이와 같습니다,물을 다스리려는 사람은 물길을 만들어 순조롭게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백성을 다스리려면 백성들이 입을 열고 자유롭게 말해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최근 재갈을 물리려는 언론중재법을 서두르려는 정치권에게 경종을 울리는 대화이다.
우리 시대의 뒷모습은 특정인이나 계층이 아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형태에 의해 이뤄진다. 개인과 사회는 자동차의 바퀴처럼 어디도 소홀해서는 안되고 외면해서도 안된다.
상대적 빈곤감에 젖어서 젊은날을 보냈던 인사들이 정권에 밀착하여 칼날을 쥐는 형태가 되면 소유개념과 권위를 유지하려는 마음에 시야가 흐려지기 마련이다.
적당한 빈곤적 삶이 오히려 행복하고 투명한 눈을 가질 수 있는지 모른다,
내적인 가난이 인생의 진실을 보게 하고 쓰잘데 없는 고민과 갈등도 적어진다.
시민운동을 하던 운동가들이 정권에 합류하여 성공적 결실을 맺지 못한것도 전투적 자세에 인이 박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시야가 흐려져 자기들만의 리그로 전락되어 시민의 진정성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故) 고계현 사무총장과의 결별은 오늘날의 사회에서 매우 소중한 또 한명의시민단체의 리더자를 상실하고 말았다. 하지만 고인은 4년간의 시간여행을 통해 많은 씨를 뿌려 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