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에게 한없이 약해지는 정부와 국회

외국기업에게 한없이 약해지는 정부와 국회

-폭스바겐,가습기 무조건 신뢰가 좌초한 결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홍영표)에서 행해진 조경규환경부장관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새누리당 대구 달서병의 조원진의원은 가습기사건과 폭스바겐과 같은 일련의 사태는 국회도 잘못했다고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

비록 짧은 반성의 한마디로는 아쉽지만 그나마 의원들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 그 어떤 발언보다 값지게 들렸다.

그렇다 폭스바겐과 같은 배출가스 실험 조작이나 가습기사건의 중심기업인 옥시등은 모두 외국의 유명 기업으로 폭스바겐은 독일,옥시는 영국이 모체이다.

그런 외국기업이기에 음으로 양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 작금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단초이다.

선진 외국기업이기에 모든 서류와 분석자료를 믿었고 그 믿음은 저개발국의 제품 실험과는 달리 그들 기업이 제출한 자료로 매듭지어지고 그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판정하는 것이 그간 분석기관들의 보편타당한 행위였다.

법적으로 주어진 시간내에 턱없이 적은 인력으로 차분히 검토하기에는 애초부터 글렀고 실무 말단 연구원들이 좀 더 진중히 살펴보다가 기일을 넘길라 치면 국회를 비롯하여 외무부,관계부처 고위급이 이들 국가의 대사관을 통해 압력까지 행사한다.

결국 말단 담당 연구원들은 시간에 쫒겨 대충대충 그들이 제시한 자료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합격판정을 내려주는 것이 관례처럼 이뤄진 그 결과물이 폭스바겐과 옥시에서 드러난 사태이다.

국회는 한술 더떠 이들을 옹호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모든 검증과 허가시간을 단축시키는 법 개정까지 서둘렀다.

자동차 배출가스검사과정을 살펴보자.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의혹은 이미 지난 11년에 국내 분석기관이 인지했었다.

그 의문스러운 사실을 그나마 학술발표를 통해 발표하므로서 당시의 연구원들의 가녀린 숨소리를 미약하게나마 대변해 주었다.

당시 상황에서는 이같은 진실적 분석내용을 과감히 언론이나 국회를 통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는 것이 너무도 먼먼 고행길이고 씨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권상일 박사는 5년전 경유차가 에어콘을 가동하고 달릴 경우 조사대상 8개 자동차중 2개사제품을 제외한 6개 자동차가 배출가스가 출고당시의 기준치인(0,18에서 0,25)를 최소 4배에서 최대 11배 이상 더 배출된다.

여름철 30도 이상의 더운 온도에서도 배출가스가 기준보다 6개 제품 중 5개 제품이 초과되며 영하 7도의 추운날에도 조사대상 6개 제품 모두 최소 4배에서 최대 8배이상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으나 국회는 그해 국정감사에서 누구도 지적하거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지난 4월에는 유럽연합대표부는 정부를 압박 교통환경연구원 황모연구사를 고의로 인증서 발급을 지연시키고 금품마저 수수했다며 고발 단순 경찰조사가 아닌 특수수사과에서 내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폭스바겐의 허위조작사건을 발표하기 한 달 전이다.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각종 규정과 법적 테두리도 마련되지 않아 자동차보다 더 허술한 서류심사와 분석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10년간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서는 총 2,842건이 발부되어 연평균 200-300건을 처리 하루 1건씩 처리해야 했다.

인증처리시간도 신청후 기술자료 제출 및 기술검토후 인증서를 발급하게 되었는데 그 기간이 고작 15일로 사실상 이번 폭스바겐과 같은 조작유무를 확인하고 실제 배출량을 조사분석하여 처리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한 시간이다.

정작 사건을 일으킨 폭스바겐의 해당 국가인 유럽은 4개월에서 6개월이 환경인증 소요기간이고 미국도 3-4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그러나 때로는 1년 이상 소요되지만 정부나 정치권이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인증비용도 국내는 150만원 내외인데 반해 유럽은 1-2억원의 인증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규제라면서 타당한 분석기일에 대한 접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너무도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로 허위조작이 가능하게 하는 실마리를 마련해 준 것이 바로 국회이다.

지난 88년 서울서 열린 올림픽의 하리라이트 육상 1백m 트랙경기에서 라이벌 칼 루이스를 제치고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벤 존슨은 금지된 약물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근육 강화제)를 복용했다는 이유로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이로 인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컨트롤센터 박종세팀은 세계 메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고 우리의 도핑컨트롤 기술이 세계 수준임을 증명했다.

당시 박종세 박사의 나이는 46세.

정말 정치적 힘이 없는 나이지만 당당하게 객관적인 분석을 했고 그 결과는 우리의 분석능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산파역할을 했다.

그렇게 국내 분석기관들은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기관으로 얼마나 성장했을까. 반문하고 싶다.

이번 가습기살균제와 폭스바겐에 대한 문제는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거론하지만 근본적인 원인과 이를 처방하는 처방책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예산,인력,시간,설비,전문인력 배양은 물론 정부고위층이나 국회등 정치권의 압력에서도 흔들림 없이 당당하게 소신있는 연구결과가 나와야 한다.

국회,정부,연구자 모두가 우리의 국민은 우리가 보호해야 하며 선진국이라고 무조건 신뢰하기에는 이미 너무 큰 벽이 허물어졌다.

조선말기 적극적인 중상론을 펼친 박제가는 그의 저서 –북학의-에서 백성의 가난은 물건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이용할 줄 모르니 생산 할 수 있는 방법도 몰라 백성의 생활은 나날이 궁핍해진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정당한 분석없이도 주어진 자료로 합격하게끔 정부와 국회가 조장하니 분석할 필요가 없고 결국 해외 의존도만 높아지는 국내 분석기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