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진단-온실가스 배출권-현대제철은 왜 패소했는가

변호사 진단-온실가스 배출권

현대제철은 왜 패소했는가

분리보고시설시 개별적인 전력량계 설치 필요

가동개시”란 연료 투입되어 온실가스 배출의 시작점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에 있어서 직접배출량과 간접배출량의 산정

- 서울행정법원 2015. 12. 17. 선고 2015구합55592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처분 취소의 소 -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파리협약(Paris Agreement)이 채택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 등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에 관련되어 최근 석유화학업계 등 관련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행정법원 판결에서 기업인 원고가 패소했다.

이 영향은 향후 법적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여타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사로 등장했다.

원고의 패소에 대한 원인과 법률적 해석을 풀어본다.

1. 사안의 개요

원고(현대제철 주식회사)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하 ‘녹색성장법’) 제46조 및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배출권거래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대상업체로 지정되어 2014. 10. 31. 피고(환경부장관)에게 1차 계획기간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신청을 하였다. 원고의 이러한 신청에 대하여 피고는 2014. 12. 1.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그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음에도 그 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사안의 쟁점 및 법원의 판단

(1) 원고의 2가지 주장

이 사건 소에서 원고는 크게 2가지 주장을 하였다.

첫째, 피고가 월평균 배출량 및 연간 배출량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 되지 않은 기간을 제외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의 온실가스 직접배출량이 과소산정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 원고가 2013. 9. ‘3고로’를 증설함으로써 ‘020번 시설’의 전기사용량 및 그에 따른 간접배출량이 증가되었음에도 피고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증설된 시설에 대한 간접배출량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2)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은 기간의 포함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배출권거래법 제12조 제2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 제1, 2항,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조정 및 취소에 관한 지침(이하 ‘할당지침’)” 등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은 기간을 포함하여 직접배출량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배출량 할당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① 위 할당지침은 기준연도의 마지막 연도에 증설된 시설은 “해당 시설의 기준연도 마지막 연도(이하 ‘2013년’)의 월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활용한 연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가 증설된 해당 시설에 관한 2013. 9.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데 있어서 2013. 9. 1. ~ 2013. 9. 12.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설 이후인 “2013. 9. 13.부터 2013. 9. 30.까지의 일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 12일”로 환산하여 적용한 것은 증설 이후의 배출량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그 산정방법의 합리성이 인정된다.

② 또한 위 할당지침에서의 “가동개시”란 “증설된 배출시설에 연료 등이 투입되어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을 말하는데, 가동개시일은 증설시기의 기준이 되므로 객관적으로 확정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가동 초기의 일부기간을 가동기간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한편, 위 할당지침은 2013년에 증설된 시설의 경우 “2013년도의 월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4년도의 연속되는 3개월 이상의 월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비하여 50% 이하이거나, 2013년도에 해당 시설이 신설·증설되어 가동 개시된 이후의 기간이 3개월 이하인 때에는 2014년도의 연속되는 3개월 이상의 월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활용한 연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2013년도에 증설된 시설에 대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할당신청서에 “2013년 월평균”을 선택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별도로 검증기관의 검증을 받은 2014년도의 연속되는 3개월 이상의 월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출하지 않았다.

(3) 외부에서 공급된 전기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량 과소산정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단

법원은 녹색성장법 제42조 및 부칙 제2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 운영 등에 관한 지침(이하 ‘목표관리지침’)” 등을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외부에서 공급된 전기사용에 따른 간접배출량을 과소산정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하였다.

① 위 목표관리지침에 따르면 “전력 다소비 시설인 전기로 등에 대해서는 분리보고를 하게 되어 있고, 기타 전력량계(법정계량기 및 내부관리용 계량기를 포함한다)가 부착되어 있는 배출시설의 경우 배출시설별로 전기사용량 등을 구분하여 보고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2007년경부터 ‘020번 전력사용시설’을 미분리보고 사업장단위 전력사용시설로 보고하여 왔고, 전력량계를 개별적으로 부착하거나 배출시설별로 분리보고 하지 않았다. 또한 2013. 9. 증설한 ‘3고로 시설’에 대해서도 전기사용량을 구분할 수 있는 개별적인 전력량계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전기사용량 및 간접배출량을 분리보고하지 않았다.

② 위 목표관리지침이 간접배출량 산정에 있어서 “미분리보고 사업장 단위 전력사용시설과 분리보고 전력사용시설을 구분하여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방법을 달리 규정한 것”은 미분리보고 전력사용시설이 배출시설별로 전력소비량을 계측할 수 없어 증설 등 변동사항과 전력소비량에 대한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곤란한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또한 “2013년도 연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비하여 100분의 50 이하인 경우에는 2013년도 연평균 배출량을 해당 이행연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 있다.

③ 설령 ‘020번 시설’이 분리보고 전력사용시설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증설요건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여 증설을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020번 시설’의 경우 각 전력량계에 다수의 시설을 연결하여 전력사용량을 함께 측정하고 그에 따른 간접배출량을 함께 보고했으므로 분리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

④ 한편, 원고가 미분리보고 전력사용시설에 대한 할당량 산정방식이나 증설기준 등에 대하여 피고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에게 원고가 주장하는 정도의 구체적인 설명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가 상세한 설명이 기재된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하였으며, 상설협의체 분과회의 등을 통해 관련된 설명을 하고 이에 대해 원고가 구체적인 검토의견을 제시하기도 한 점을 살펴보면 원고가 미분리보고 전력사용시설에 대한 할당량 산정방식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끝으로 ‘020번 시설’의 증설요건 충족에 관한 증빙자료를 요구하였다는 것만으로 “공적인 견해의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신뢰를 부여한 것은 아니다. 피고가 원고의 배출권 할당신청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020번 시설’의 설계용량 등 증설요건 충족에 관한 증빙자료 보완을 요구함으로써 ‘020번 시설’에 대하여 분리보고 시설로 변경하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이 증설이 가능하다고 한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신뢰를 가질만한 공적 견해의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3. 판결의 시사점

위 판결은 현대제철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확정되었다.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 전에 소송이 종료된 데다가 유사사건들에 관한 소송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볼 때, 아직 위 판결이 가지는 의의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단, 위 하급심 법원의 판결만을 기준으로 관련 기업들의 업무처리를 위한 잠정적인 시사점을 도출하여 본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직접배출량의 산정 기초가 되는 ‘가동기간’은 객관적으로 확정될 필요가 있으므로, 객관화 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적이고 예외적인 사유를 이유로 일정기간을 가동기간에서 제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일 해당 기업이 일정기간을 제외하고자 가동기간에서 제외하고자 한다면, 소관 행정청과의 협의를 통해 이를 객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할당지침은 기준연도 마지막 연도에 증설된 시설에 대해서는 예외를 마련하고 있으므로,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준연도 마지막 연도의 월평균 배출량을 활용하여 연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식”과 “기준연도 직후 연도의 연속되는 3개월 이상의 월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활용하여 연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는 방식” 중에 어느 방법이 자신에게 유리한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여 관련 절차를 이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간접배출량의 산정에 관련하여서는 해당시설을 ‘분리보고 전력사용시설’로 할 것인지, 아니면 ‘미분리보고 전력사용시설’로 할 것인지에 관한 경영판단을 분명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만일 분리보고시설로 하고자 한다면 개별적인 전력량계를 설치하고, 시설별 분리보고를 하는 등 관련된 행정절차의 이행에 소홀함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