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김응호교수의 간절한 편지
탄천물재생센터 고태규 사장님께
생물학적 인처리시설로 개선돼야
진부한 MLE공법의 하수처리는 부끄러운 일
먼저, 고사장님께서 그간의 서울시 하수처리장 운영상의 난제를 혁신적인 마인드로 해결하시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면서, 이 분야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존경과 격려의 말씀부터 드리는 바입니다.
사실은 귀 센터 실무자가 작성중인 탄천하수처리장 총인대책(안) 자체 검토의견서를 저도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무자의 단순 시각에서는 간과하고 있는 몇가지 중요 요소들에 대하여, 제가 고사장님께 직접 전문가적 소견을 정리해서 바로 진언해 드려야하겠다는 강한 충동이 있었습니다.
우선, 탄천STP의 주 공정인 MLE공정(화학적 인제거 전제)이 안고있는 원천적 문제(결함)를 현안인 총인처리대책으로 포장해서 동시에 해결해 나가려는 혜안 자체는 대단한 탁견으로 저는 평가합니다.
왜냐하면, 탄천의 경우, 생물학적 처리공정 가운데서도 아주 진부한 MLE공정을 주처리고도처리 공정으로 하는 바람에, 인제거를 처음부터 전량 화학적 응집침전처리로 하여, 슬러지발생량의 증대로 인한 처리비용의 급증은 물론이고, 오늘날 지구차원의 환경문제로 등장한 인 고갈(phosphorus depletion)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하폐수처리장을 통한 인 회수 자원화”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서울시가 가고 있어 안타까움이 컸는데, 이번에 총인처리대책을 계기로 잘대응하면 아주 미래지향적으로 이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겠다는 점에서 탁견이라 말씀드려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서울시와 같은 대용량 하수처리장의 총인처리대책의 경우, 무엇보다 기본 방향(원칙)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정립해 놓고 그에 부합하는 판단을 필요로 합니다. 단순히 방류수 수질기준의 준수 방안만으로 생각이 끝나서는 안됩니다.
즉, 기본 방향으로 인제거(P-removal)냐 인회수(P-recovery)냐를 먼저 정해야 하는데, 특히 탄천STP처럼 대용량 처리장의 경우 미래세대의 비료(인)자원 고갈에 대비하여 인회수(P-recovery) 방향을 우선시하면 미래세대로부터 높게 평가를 받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행의 MLE공정 채택 자체는 원천적으로 짧았던 판단이었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화학적(응집침전) 인처리는 처음부터 ‘제거’에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미래형 ‘회수 자원화’로는 성립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의 예견대로 향후 지구상의 인 고갈이 현실화되어 응집침전된 인함유 슬러지에서 인을 다시 활용하고자 할 경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서 낭패라 합니다.
그래서, 응집제투입을 통한 화학적 인제거 기술에 앞장서 왔던 유럽 국가(독일, 스웨덴 등)들도 2000년대에 들면서, 방류수질의 총인 기준을 0.5 mgP/L이하 정도로 강화하면서, 인을 회수하여 자원화(재이용)하기로 국가적인 정책목표를 세워 놓고 있습니다. 독일이 가장 열심이며, 스웨덴은 2015년 유입 하수중 인의 60%를 회수하여 재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중입니다. 이때, 하수처리장에서 인회수 자원화 기술의 경제성 확보가 긴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기본 방향으로 ‘강화된 생물학적 인제거 공정(Enhanced Biological Phosphorus Removal: EBPR)’을 도입해서, 우선 생물처리공정으로 수중에서 0.5 mgP/L이하 정도로까지 제거하도록 하고, 인회수는 경제성 확보를 위해 이후 슬러지처리공정에서 혐기성소화 공정 등을 거친 고농도 인을 대상으로 회수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 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인포함 하수슬러지를 소각해서 소각재에 많이 포함된 인을 비료자원으로 회수하는 기술을 현재도 열심히 개발해 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진국의 국제적 동향에 서울시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그런 관점이라면, 잠정 결론은 서울시 대용량 하수처리장의 총인대책은 처음부터 생물학적 인제거 공정(EBPR)을 도입해야, 향후에라도 슬러지처리과정에서 인을 경제적으로 비료자원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되고, 응집제 사용을 많이 절약할 수 있게 되어 운영비 절감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탄천STP의 현 여건 상황을 고려할 때, 채택할 수 있는 생물학적 인제거 공정은 제한적으로 될 수 밖에 없겠습니다. 만일 생물반응조를 새로 증축해서 수리학적 체류시간(HRT)을 최소 8시간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면, 소위 활성슬러지 응용 공정인 A2O공정 등 현재 개발되어 있는 다양한 생물학적 고도처리공법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HRT 5.7시간을 그대로 두고 활성슬러지를 활용하는 EBPR공정을 찾기란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겠습니다. 현재 채택중인 MLE 고도처리공정은 생물학적으로 질소제거만 가능하지 인은 아예 화학적 인제거를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인자원 회수 방향과는 역행하는 것으로 원천적으로 부적합한 공정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존경하는 고태규 사장님.
저는 대학에서 30년간 하수처리를 전공해 온 교수이고, 일찍부터 우리나라 하수도가 나가야 할 바른 방향에 대해서 연구하고, 20여년간 ‘하수도연구회’를 주도하며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에 앞장서 왔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의 연구실적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일찍부터 하폐수로부터 인을 자원으로 회수 재이용하는 방향으로 홍익대학에서 연구를 계속해서 2006년경 국제학술지에 몇편의 정리된 연구논문을 실은 바 있는데, 현재도 구글( google.com/ncr )에서 키워드( recovery of phosphates )로 검색하면 제 논문이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을 제치고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저로서는 프라이드로 여기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학자적 양심을 바탕으로, RABC(Rotating Activated Bacillus Contactor)공법은 우리나라 민간소기업에서 고유기술로 개발된 세계 최고수준의 생물학적 하수고도처리 기술로 추천하고자 합니다. 이 공정은 이미 국내외 현장에서 그 우수성이 실증되었고, 특히 고농도하수를 단시간(HRT 5시간 정도)에 유기물뿐아니라 질소, 인까지 아주 고효율로 제거할 수 있는데, 이에 필요한 학술적인 뒷받침은 10여년 전부터 홍익대학교 환경공학연구실에서 연구해 오고 있습니다. 활성슬러지법은 공학적 처리에 이용하는 우점화 미생물에 대해서는 사실 이렇다할 근거 내지는 지표가 없지만, RABC공법 기술은 ‘포자형성균(endospore-forming bacteria)’인 Bacillus genus 우점화라는 확실한 지표미생물을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하수고도처리기술’이고, 저에너지, 고효율, 무악취를 특징으로 하며, 미생물학계에도 공식 보고된 21세기 기술로 앞으로 세계적으로 새로운 생물학적 고도처리시대를 열어나갈 국내 고유 기술로 충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가 이미 학계에 공식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고태규 사장님.
저는 그동안 우리 서울시의 하수고도처리 공법으로 진부한 MLE공법이 채택된 현실을 정말 안타깝고 부끄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이제 고사장님의 혜안과 노력이면, 탄천하수처리장을 정말 세계적인 ‘강남스타일’의 한류 하수고도처리기술의 메카로 우뚝 세울 수 있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현실적인 여러 가지 어려움(절차, 비용 등)도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포자형성균 우점화 하수고도처리공법의 주공정이면, 우선 현재의 탈취설비는 거의 할 일이 없고(단, 침사지 등 반송슬러지가 합류되기 이전의 단계에서 나는 악취는 밀폐포집해서 탈취해야 함), 하수악취로부터 완전 탈출하여 적어도 주민들로부터 ‘혐오시설’이라는 오명은 바로 없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짧은 HRT 5.7시간을 그대로 두고도 저에너지(저비용)로 질소, 인까지 고효율로 제거하는 실적에 세계가 놀라워 할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고유 하수처리기술을 ‘강남스타일’의 한류 기술로 하는 멋진 하수도자원화 시설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이런 마음이 앞서다보니 도저히 고사장님께 편지를 드리지 않고는 못베기게 되었음을 널리 혜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물산업은 대단한 미래세대의 먹거리 시장인데, 포자형성균 우점화를 핵심 기술로 하는 RABC공법처럼 우수한 고유기술이 서울 강남에서 세계 진출을 향한 실증기지(Test-Bed )처리장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 홍익대학교 건설도시공학부 김응호 교수 드림/환경경영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