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매매시 토양오염정보 제공하자
한-대만 지하수 수질감시,관리 분석연구
지하수 토양환경학회 김강주 교수 연구
선진외국에서는 오염관리구역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지나 임야 등 땅 매매 시 오염정보를 몰라 2차적 피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토양의 오염정보를 토지대장에 기입하여 매매 시 선의적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고 땅 소유자는 오염을 유발시키는 행위를 스스로 자재하는 제도마련이 필요하다는 연구보고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군산대 김강주 교수팀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발주한 ‘한-대만 지하수 수질감시, 관리체계 비교분석연구’에서 대만의 경우 오염부지를 토지등기부에 등록하여 강력히 토양오염을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내에서도 이 같은 제도를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길 것을 권고했다.
김 교수는 연구보고서에서 선진국은 질산성질소관리를 위한 EU의 질산염취약지구(Nitrate Vulnerable Zone), 미국 아이다호 주의 질산염우선지역(Nitrate Priority Area) 등을 지정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처럼 오염부지를 토지등기부에 등록시키는 강력한 제도는 아니지만, 관리구역설정을 통한 오염관리가 효과가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국내서도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염상황을 토지등기부에 등재시키는 것은 국민들의 토지거래 시 토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정부가 수집하여 제공하여 준다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즉, 국민들이 오염된 토지를 모르고 구입함에 따른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국가가 토지의 오염상태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004년 토양환경보전법 개정 시 근거를 마련했으나 국유 재산 또는 자연적 원인에 의한 토양오염 등으로 적용 요건을 제한하여 민간들이 토지구매 시에는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현재 정부가 토양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미군기지이전에 따른 토양오염조사 및 복원사업, 군부대 이전에 대한 토양복원사업과 장항제련소등 광산지역 주변 복원사업등 대규모 토양복원사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대규모 사업은 미군기지를 포함하여 대부분 한국정부가 투자하여 토양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소규모 토양복원사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매매 시 토양오염에 대한 사실적 근거도 알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폐 석면광산 38개 중 토양복원이 필요한 곳으로 조사된 광산은 총 29곳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24곳은 복원사업이 진행 또는 완료되었으나, 17% 가량인 5곳은 복원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토지소유주가 복원사업에 동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토지소유주들은 지가하락 등을 우려하여 사업에 동의를 하지 않고 있으며 석면이 검출된 지역으로 알려질 경우 지역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현행 광해방지법(광산피해의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광해방지사업자인 산업자원부가 광해방지시설의 설치·운영·관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다른 사람의 토지를 수용·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동 법에는 토양오염의 개량이나 복원사업에 대해서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 환경부 등 관계부처에 의해 토양오염이 확인된 지역이라 하더라도 토지소유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이들 사업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토양오염 위해성이 높은 지역으로는 광산지역은 물로 축사, 주유소, 페인트 및 화학물질 제조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토양오염을 유발시킬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지난해 말부터 추진하고 있는 옛 장항제련소 주변의 중금속 토양오염 정화사업 중 송림 숲 일대 식생 양호지역에 국내 최초로 대안공법을 적용한 토양 복원(위해도 저감 조치 대안공법)을 추진하여 이것이 성공할 경우 민간 오염토지들에서도 손쉽게 경제적으로 복원을 할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위해성 저감 조치 대안공법은 국내에 위해성평가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토양정화방법이다.
하지만 토양오염의 주요요인은 오염된 토양위 성분이 빗물과 지하수 등으로 스며들면서 국토의 오염을 확산시키는 경향이 높다.
이에 따라 수질측정망의 자동화 및 정보화시스템의 선진화, 그리고 수질측정망의 통합운용 및 활용 등에 대한 연구 및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수질측정망 운영결과 지하수오염이 발견되었을 때 오염원인자 조사와 오염정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하수오염이 발생하더라도 오염정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오염이 발생한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인지체계와 이후 사후관리체계와의 연결성이 치밀하지 않은 불확실한 제도적인 측면이 강하다.
대만의 경우, 오염이 인지되고 정화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매우 정교하게 고안되고 이것이 SGPRA에 법률적으로 장치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토양환경보전법에 토양오염의 인지와 정화로의 체계가 있지만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하수오염은 토양오염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향후 토양환경보전법 내에 지하수오염을 연계하여 제도화하는 방안과,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정화만을 관리하는 독자적인 법률 도입 등 오염지하수가 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방안마련이 필요하다.
대만은 같은 법에 의하여 관리하기 때문에 같은 원인에 의해 오염이 발생되었다면 지하수오염과 토양오염의 책임자가 같다. 미국도 지하수의 오염을 관리하는 법으로 CERCLA와 RCRA가 있으나, 이들 법에서도 오염 원인이 같다면, 지하수와 토양오염의 책임자를 달리하지는 않는다. 즉, 많은 나라에서는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지하수오염과 토양오염에 대하여는 책임자가 동일하다.
미국은 오염되지 않은 지하수의 수질은 Clean Water Act로 관리되지만, 오염이 발생하면, CERCLA나 RCRA를 통하여 오염정화절차를 밟게 된다. 즉, 오염이 발생되면 관리의 주체가 바뀌는데 오염정화가 완료되면 다시 Clean Water Act로 관리된다.
우리나라도 행정적 혼선을 없애기 위해 오염토양과 오염지하수는 같은 체계 속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대만처럼 하나의 법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겠으나, 지하수법에서 오염지하수의 관리부분을 토양환경보전법으로 통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오염원인자가 규명되지 못할 경우 재원을 마련하여 국가가 직접 정화에 나서는 방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법 규정으로는 이러한 계획추진이 어렵고 민간들의 토지매매 시 그 책임소재가 불명확하여 법정다툼이 빈번하게 발생될 염려가 높다. 이에 대만과 같이 법에 오염원인 조사를 실시하고 오염책임자를 찾는 절차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소장은 “토양오염이 가시화되고 실제로 정부가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81년부터이다. 그러나 현재도 대규모 토지수용이나 군부대이동, 광산지역등 피해가 발생된 지역에서만 국가가 토양복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직도 축산농가, 주유소 및 정류시설, 페인트제조 및 화공취급 제조사 주변의 토양오염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책임소재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향후에는 개별적 사안들을 연계하여 통합적 운영을 시도해야 한다. 오염지역 진단을 시작으로 하여 원인규명, 책임자 규명, 복원사업과 연계되는 시스템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토지매매 시 단계적으로 토지대장에 오염내용을 기입하게 하여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쌍방의 피해가 없고 토지 소유자들이 토양오염을 스스로 유발하지 않는 자정작용을 갖게 해야 한다. 지진 등 땅속 균열과 각종 대규모 토목공사 등에 의해 토양오염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제도개선이 우선 시급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경영신문/이환규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