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관련 법, 제도가 허술하고 용역과정에 대한 발주처와 용역수행자의 용역발주방식 등이 허술하여 대부분 환경영향평가서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이미 40여 년 전인 1977년 ‘환경보전법’에 평가 제도를 도입하여 1980년 규정 제정을 고시하고, 1981년부터 3개 분야 19개 항목으로 규정하여 본격 시행했으며 1993년 ‘환경영향평가법’을 제정했다.
1999년 ‘환경, 교통, 재해 등에 관한 통합 영향평가법’을 제정했으며, 2012년 환경영향평가법을 전면 개정하여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환경영향평가’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닌 매우 중요한 환경영향평가지만 국가 산업 등 다양한 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었다.
2018년에는 ‘김해신공항 건설공사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의 내용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되었다며 국회 김정호 의원실이 재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김정호 의원은 “확인된 가장 큰 문제점은 합의한 검증기준에 미달되었다”면서 “당초 국토부와 부울경 단체장(검증단)과의 합의기준이 ‘3,800만 명 여객처리’와 항공기 운항횟수 ‘연간 29만9천회’가 가능한 공항시설 및 운항능력 확보였는데, 국토부 보고서에는 2,925만 명의 여객처리와 연간 18만9천회의 운항횟수로 기준 자체를 낮게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지적된 내용을 요약하면 소음영향지역의 축소 은폐, 대기오염 증가에 대한 검토 부실, 홍수위험 평가 삭제, 이동하는 겨울철새와 충돌가능성이 높아 심각한 생태계파괴 검토제외, 겨울철새 도래지 분석제외, 문화재보호구역검토 등이 제외되거나 축소 은폐되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용역기관 서영엔지니어링).
지난 2021년에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달리 제주 2공항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되었으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원주지방환경청이 2차 보완을 요구한바 있다.
또한 과천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47만평)에 대해 2019년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의한 토양 오염 전수조사 대상지에 따라 3개소에 대한 시료가 채취돼 조사됐으나, 대부분의 토양 오염 물질이 불 검출되고 기준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실한 보고서가 제출돼 환경부에서 협의 승인한 것이 사후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시민단체가 과천 공공주택지구 대상지 9개소에서 지면 1m 이내 지점의 토양 시료를 채취해 토양 오염 조사를 한 결과 이 중 1개소에서 불소 오염 함량 기준을 초과한 572mg/kg이 검출됐고, 4개소에서 오염 함량 기준 70% 이상인 292-365mg/kg이 검출돼 대상지 9개소 중 5개소가 토양 오염 우려 지역으로 확인된바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면서 측정대행을 하게 되는데 측정대행업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백운석 박사는 측정대행업에 대한 현실적 괴리에 대해 “측정대행 항목이 측정대행업 변경기준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법령규정상 명확하지 않으며, 측정대행 항목의 변경등록 미 이행 시 적용할 행정처분의 기준 모호, 측정 대행항목의 등록위반에 대한 제재로서의 처벌의 수위가 위반행위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높으며, 변경등록의 선행절차인 측정대행 항목의 적합성 확인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고 있어 적기에 변경 등록하는 데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환경영향평가사업 수행 시 발생되는 세부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19년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대봉늪 제방축조공사 관련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의 부실작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남 창녕의 1급 습지 대봉늪 제방축조공사를 위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16만여㎡의 습지 조사를 연구원 3명이 3시간 만에 끝내면서 수달, 삵, 맹꽁이 등 9종의 법정보호종이 살지 않는다고 보고서에 작성했으며, 대규모 해양관광단지 예정지인근 바닷가에서 법정보호종인 갯게와 기수갈고 둥 서식이 확인되었지만 평가서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환경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와 보완서에는 현지조사 시 법정보호종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문헌조사 결과 수달, 삵, 맹꽁이, 붉은배새매 등 15종의 법정보호종 분포가 확인되었으며 조간대생물(갯게) 조사 특성상 전체 중 대표성을 띠는 일부지점만을 선정하여 조사하므로 갯게 등 서식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한 결과를 환경영향평가 시 제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을 한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철도공단이 남부내륙철도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사업을 공모하면서 배점한도 적용으로 60여개 중소영향평가기업은 참여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또 한 번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조짐이 염려되고 있다.
제2종 환경영향평가업자에게 제대로 된 비용지불이 되지 않는 한 허위, 부당, 거짓보고서는 난발되기 마련이다. ‘배점한도적용’은 제2종업자의 참여 없이도 배점을 자동으로 만점 부여하는 제도이다.
이 같은 거짓과 부실한 영향평가가 지속되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을 비롯한 지방청에서는 '환경영향평가서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최근에도 심의를 열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환경영향평가사업 보고서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촉구한바 있다.
국회 정의당은 “국내 현실은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사실상 개발사업 명분을 만드는데 쓰이고 있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제도’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하며 “전국 곳곳에서 거짓되고 부실하게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사업보고서에 대해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한 근본원인은 개발사업자와 평가업체간 갑을관계로 평가업체가 개발사업자의 의도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와 부실한 책임을 평가업체에게 과중하게 책임을 전가하는 제도적 모순, 평가업체가 엔지니어링법에 1종과 2종으로 구별되어 있는데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도(PQ제도)가 허술하여 낙찰방식에서 2종은 1종 업체의 하청을 통해 실지 사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으며 수주금액도 최하 5%에서 45%정도로 낮은 금액으로 사업을 수행함으로서 현지 실태 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문헌조사에 의존).
평가기업의 등록사항도 과거에는 특급 3명에 기사 7명이 자격조건이었으나 현재는 특, 고, 중, 초급 등으로 세분화하여 단순 기사자격만으로는 자격요건이 되지 않아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인력을 수급할 필요가 없어 청년 일자리를 오히려 빼앗는 이상한 제도로 변질된 상황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가 바르게 정착되려면 그동안의 문제점을 조사 분석하여 새롭게 정비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환경부는 최근 환경영향평가업자의 사업수행능력 평가기준을 제정 고시하였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발주처의 정치적 행위에 의한 압력성 발주 사업에서도 흔들림 없이 환경영향평가의 본질에 입각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업으로 전환되어야한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심의나 평가도 KEI(한국환경연구원)에 의존하기보다 분야별 검토기관과 환경영향평가협회나 학회 등이 함께 참여하여 부실보고서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환경영향평가사를 취득한 환경부 출신들이 양성되는 현실에서 이들을 별도 조직하여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거짓과 부실보고서에 대한 진단을 수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현재 환경부 출신으로 환경영향평가사 자격을 취득한 인물은 한기선(전 한강청장,1기), 김판규, 동덕수, 백운석(전 생물자원관장), 이상팔(2기 회장, 전 환경보전협회부회장), 김남형, 황의정, 나정균(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손선현, 주유연(4기 회장), 차승환(전 한국환경공단 전무), 송재용(전 수도권매립지사장), 조병옥(전 영상강청장), 김종윤, 김경호(전 환경산업기술원 본부장), 정진섭, 주흥봉(7기), 안문수(전 한국자동차환경협회장), 최광현, 이석록, 김지태(전 하폐수고도처리사업단장), 이명순, 박명술(전 토양지하수협회장), 나기정(전 환경부 노조위원장)등이다.
아울러 2종 평가대행사들인 60여 업체가 공제조합형태로 조직을 개선하여 공탁제를 도입하여 부실보고서 작성등 사고발생시 대응책도 필요하다. 환경국제전략연구소 김동환 박사는 “환경영향평가는 모든 사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평가 자료이며 이 자료들이(정확한 조사자료) 취합되어 AI를 접목하면 국가정책의 매우 중요한 잣대(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1군 평가대행업체 위주로 편성할 것이 아니라 평가업체도 세분화하여 업종별(생태, 해양, 토양, 토목 등) 전문화가 필요하고 사업영역에 따라 이들 전문 대행사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여 품질을 높이는 방향이 필요하다(하청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사업에 참여하는 공동도급형태로 전환). 이를 위해서는 공탁제도 등을 도입하여 경제적 한계점을 벗어나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사업수행에서도 지역의 관련 전문가를 반드시 참여시키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환경경영신문 www.ionestop.kr 박남식 전문기자)
